제조설계 SW가 제조 혁신 이끈다
제조설계 SW가 제조 혁신 이끈다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6.11.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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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생산으로 사용자 경험 ‘제고’ … 4차 산업혁명 견인

 
오늘날 각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야기하는 동인은 디지털 기술의 진화다. 정밀한 센서와 고속 데이터 통신·대용량 데이터 분석 등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존 산업을 뒤흔드는 디지털 파괴자가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증기 기관(1차)·전기(2차)·컴퓨터(3차)의 등장이 사회·경제·문화 곳곳을 변화시켰던 것만큼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로, 이러한 변화를 ‘제 4차 산업혁명’이라고 칭하기도 할 정도다.

제조 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변모를 가장 기본적인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18세기 일어난 산업혁명은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세계를 변화시킨 일대 사건으로, 이후 공업화 사회에서 제조업은 사회경제의 중심축으로 역할하고 있다. 다시 말해 2차·3차 산업혁명을 구분 짓는 배경에는 중심축인 제조산업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피면, 18세기 첫 번째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해 기계 생산을 확립시켰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컨베이너벨트로 상징되는 분업화를 통해 대량 생산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3차 산업 혁명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자동화를 의미한다. 이 연장선상에서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은 고도로 발전된 ICT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조 혁신이라는 의미로 치환되며, 제조와 ICT의 융합을 통해 기존의 틀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상징한다.

심지어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회자되는 직접적 배경에도 제조업이 자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 경제의 중추로서 제조 산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제고되면서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을 비롯해 ‘어드밴스드 매뉴팩처링 2.0’(미국)·‘퓨쳐 오브 인더스트리’(프랑스)·‘인텔리전트 매뉴팩처링 2025’(중국) 등 세계 각국은 정부 차원의 제조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 또한 본격화된 것이다.

선진국·신흥국 사이, 제조 경쟁력 강화 시급
우리나라 제조 산업에서는 혁신의 필요성이 더욱 시급하다고 평가된다. 중국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융합을 통한 맞춤 제조의 변화 속에서 패스트 팔로워 전략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미국 등의 제조 선진국이 차세대 제조 혁신의 논의를 본격화한 배경에는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인한 제조업 종사자의 감소와 더불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신흥국의 추격이 더욱 거세지는 이중고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존재한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제조업 종사자의 감소 추세 속에서 제조 혁신을 통해 숙련공의 노하우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자동화된 생산을 통해 생산 인구 감소를 극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제조 강국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지속적인 출산률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가 계속 이어지면서 고령화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과 인접해 더욱 큰 위협을 받고 있어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제조 혁신은 선택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대두된다.

따라서 국내 제조기업들에게 있어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제조 혁신은 더욱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대부분이 중소·영세기업으로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투자 여력이 적어 우려된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환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탄력성이 한층 중시되는 차세대 제조 환경은 다수의 소규모 기업들로 넓은 저변을 지닌 국내 제조 산업에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조 대격변, 기회와 위기 ‘공존’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미래 제조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융합이다. 특징은 가상물리시스템(CPS : Cyber Physical System)이 꼽히는데, 이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가상현실과 현실물리세계의 결합에 의한 사회적 격변을 말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히는 것은 바로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이다. 촘촘히 연결된 디지털 네트워크와 다양한 센서를 기반으로 가시성을 확보하게 하는 IoT,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 그리고 인간처럼 사고하는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기계 스스로 제어하는 완벽한 자동 생산이 이뤄진다. 이는 생산 경제성을 변화시켜 고객의 요구에 따른 맞춤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한다.

제조 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이는 설비와 생산 제품간 정보 교환이 가능한 완벽한 자동 생산 체계가 구현되는 제조 과정 전반의 최적화이며, 고객 맞춤형 생산의 시대가 개막되는 열쇠다.

공업화 사회로 접어든 이후 지금까지 제조 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틀이 돼 왔던 대량 생산에서 맞춤 생산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제조 방법론의 변화만이 아니다. 맞춤 생산은 대량 생산과 달리 재고의 필요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제조사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연결이라는 산업 구조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맞춤 생산은 재고 위험을 분담하고, 소비자와 생산자간 가교 역할을 했던 중간 유통사의 역할을 사라지게 하는 등 생산-유통-소비라는 서플라이 체인을 뒤흔들게 된다.

이는 제조 기업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몰락의 예정된 수순이 기다린다는 점에서 위기이지만, 동시에 혁신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변화는 미래 제조 산업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ies)’이라는 이름으로 제조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 GE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브릴리언트 매뉴팩처링 스위트(Brilliant Manufacturing Suite)’를 출시, 제품 제조 외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브릴리언트 매뉴팩처링 스위트는 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조 공장으로 전환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다. 대표적인 스마트 팩토리로 손꼽히는 GE 멀티모달 공장에서는 시설과 컴퓨터가 IoT를 통해 연결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제조 품질을 유지하고 돌발적인 장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 구현되고 있다.

GE에 따르면, 이러한 공유만으로도 생산 효율을 10% 이상 끌어올렸으며, 궁극적으로 공급망·서비스·유통망과 인터넷을 통해 연결돼 최적의 생산 효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E는 400여개의 생산시설을 IoT 기술로 연결해 생산 효율 향상과 맞춤 제조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제조 생산 외 서비스 분야로의 진출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차세대 제조 방식으로 언급되는 고객 중심의 맞춤 제조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유념해야 할 사실은 IoT·빅데이터·인공지능 등에 기반한 CPS가 차세대 제조 혁신의 핵심이지만, 이들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단순히 증기기관의 발명만이 아닌 그 이전부터 지속된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기술 발전의 과정에서 발생했듯, 최근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 또한 최근 이뤄진 기술 진화의 연속선상에 위치한다. IoT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외에도 다양한 기술 진화의 결과물이 축적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IoT를 통한 가시성 확보를 위해서는 발전된 네트워크와 센서 기술이 요구되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더욱 빨라진 성능 구현을 위한 인메모리 컴퓨팅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3D 프린팅은 맞춤 제조에서의 경제성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소셜 네트워크 등 발전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도 고객의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 전제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조 혁신에 대해 처음부터 거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접근하기보다는 현재 활용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 기반 위에서 필요 기술을 덧붙이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더욱이 IoT·빅데이터·인공지능·3D 프린팅 등이 실질적으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은 이러한 단계적 접근의 당위성을 높인다.

 
관련해 주목해야 할 분야는 CAD/CAM 및 PLM이다. 전형적인 굴뚝 산업으로 여겨졌던 제조 산업이지만, 사실 디지털 기술은 이미 여러 요소에 침투해 있다. 설계에 활용되는 CAD/CAM, 제품 설계도부터 최종 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일관적으로 관리해 제품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이 대표적이다. 이를 기초로 엔지니어링 부서와 생산 부서가 제품 기획부터 설계·생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으로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산 부서와 설계 부서의 불협화음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을 제거함은 물론 맞춤 제조를 위한 유기적인 체제를 구현해 차세대 제조 환경을 위한 혁신의 견인차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수명주기 전반 아우른다”
CAD/CAM/PLM 전문 기업들은 IoT·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협업 기능을 강화하는 등 차세대 제조 혁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역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상세계와 물리세계의 융합이 단순히 제조 산업의 트렌드에 국한되지 않는 주제로, 전통적 시장인 제조 분야에서의 기회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의료·공공 등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CAM/CAM 및 PLM 소프트웨어는 가상·물리 융합이 보다 더 수월하다는 이점도 존재한다. 현실에 가깝게 구현한 3D 기반 CAD 설계는 제품 제조를 보다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VR/AR 기술을 접목해 가상/물리 융합 환경을 구현하기도 더욱 용이하다. 실제 제품 앞에서 설계도나 작업 지침서를 증강현실로 띄워 놓고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는 것이다. 또 3D 프린팅의 경우에도 3D 설계 도면은 생산에 즉시 적용될 수 있어 효율을 한층 증대시킬 수 있다.

제품 정보와 애플리케이션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PLM은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설계·생산 등 생산 공정과 관계된 모든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가상·물리 환경의 융합을 통한 실질적인 제조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다. 이를 위해 오늘날 PLM은 빅데이터·머신러닝·시스템 공학·시뮬레이션(Simulation) 등의 기술과 접목돼 구상 설계·상관관계 모델링·오류 예측 등을 통해 생산 단계에서의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SLM(Service Lifecycle Management)도 포함하면서 판매 이후에도 제품의 유지·보수를 실시간 관리함으로써 수명주기 전반을 포괄하면서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툴로 역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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