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지? AI 스마트 스피커 … Amazon·Google·Apple 3파전
갖고 싶지? AI 스마트 스피커 … Amazon·Google·Apple 3파전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8.01.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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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톺아보기 ④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프로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촉발된 인공지능의 바람이 이제는 실생활 영역으로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자율주행차, 머신비전 등 산업계 곳곳에서도 인공지능을 덧대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이고,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인공지능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연재순서 : ①인공지능 플랫폼 ②인공지능 전용칩 ③감성컴퓨팅 ④스마트 스피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전화를 연결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물품을 구매한다. 일정 관리, 집 안의 온도와 조명 조절 등도 단지 말하는 대로 된다. 어릴 적 공상과학 만화와 영화에서 보던 일이다. AI 스마트 스피커가 이러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Smart Speaker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Smart Assistant를 탑재하고,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과 연동할 수 있는 컴팩트한 스피커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가장 큰 특징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IoT 허브로 사용되어 다양한 작업을 간단히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질문을 하면 스마트 스피커가 인터넷을 검색하여 답변을 제공하고, 원하는 대로 음악·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를 재생하며, 개인 달력(구글 캘린더, 휴대전화 스케줄러 등)과의 연동을 통해 일정을 확인해 알려준다. 휴대전화의 연락처에 있는 사람과 통화를 연결시켜주고, 실내 온도나 조명 제어 같이 상호 연동된 홈 관리 제품을 제어하며, 심지어 온라인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할 수도 있다.

아마존 에코, 스마트 스피커 평정
현재까지는 이 시장의 절대 강자는 아마존Amazon이다. 알렉사Alexa로 불리는 자체 인공지능 솔루션을 탑재한 아마존 에코Echo 제품 시리즈를 통하여 스마트 스피커 시장을 선점한 것. e마케터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으로 아마존의 에코 시리즈 제품은 미국의 스마트 스피커 시장 점유율 70.6%를 기록할 정도로 독점적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그나마 아마존의 대항마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은 구글이다. 인공지능 기반 음성비서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탑재한 구글홈Google Home을 2016년 11월 출시하면서 아마존 에코에 대항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애플이다. 애플은 12월 인공지능 기술인 시리Siri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제품인 홈팟Homepod으로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후발주자이지만 애플이 주목을 받는 것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에서 입증됐듯 충성도와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을 지녔기 때문이다.

또한 애플 기기는 물론 애플 뮤직과 같은 애플 서비스와의 연동성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프라임Prime이라는 온라인 쇼핑 및 미디어 서비스를 밑바탕에 두고 있는 아마존이나 검색 서비스로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구글에 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스마트 스피커의 경쟁력은 사용자 요구에 맞는 응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음성대화 인터페이스(음성AI)? No
API 그리고 플랫폼! Yes … 일본의 스마트 스피커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17년 가을부터 스마트 스피커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구글홈이 10월부터 발매되기 시작했으며, 연말에는 2세대 아마존 에코의 일본 내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아마존 에코와 구글홈 등은 2017년 6월 말까지 전세계적으로 400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일본 회사들도 상용화에 보다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의 자회사들,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 후지쯔 등이 일본에서 스마트 스피커 사업에 참가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전자제품을 다루지 않던 네이버 라인LINE도 일본어 대응 스마트 스피커를 개발하여 2017년 8월부터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음성 AI 개발에는 ‘백기투항’

 
일본에서 AI 스피커가 대거 출시될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문제는 핵심기술에 있다. AI 스피커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음성대화 인터페이스(음성 AI)로는 아마존 알렉사, 혹은 구글 어시스트를 채용한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음성 AI를 자사 혹은 그룹사에서 개발해 적용하는 곳은 라인과 도시바 그룹 정도에 불과하다. 즉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음성 AI에 한해서는 기술적으로 백기를 든 상황인 것이다.

음성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음성인식 기술, 음성대화 기술, 음성합성 기술이 필요한데, 이용자가 대화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이들 기술 모두에서 최고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기술장벽이 높은 것이다.

특히 음성인식 기술에서의 장벽이 높은데, 이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음성 데이터를 보다 많이 모아 그것을 토대로 꾸준한 학습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시장에서 검증된 아마존이나 구글의 음성 AI 플랫폼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일본 기업들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스피커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자사 가전을 보다 많이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가전기업으로서 주력분야에 집중한다는 의미이다. 오디오 기기 제조사인 온쿄Onkyo와 파나소닉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이들이 스마트 스피커를 바라보는 시각도 아마존이나 구글과는 다르다. 이 다름이 음성 AI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이다. 스마트 스피커는 당분간 IoT 기기를 대표하면서 인간과 대화하는 통역자의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 AI스피커도 커넥티드 홈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에 불과할 수 있다. 이것이 일본 기업들의 생각이다.

 
음성 AI는 마이크나, 작은 MEMS 마이크가 최소 2개만 있으면 음성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음성 AI의 탑재기기가 현재처럼 스피커일 필요가 없다고 이들은 판단한다. 작게만 만들면 오디오 스피커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홈 IoT기기에 장착하는 것은 비교적 수월해지고, 이렇게 되면 결국 스피커가 없더라도 다양한 홈 IoT기기가 직접 인간과 대화하게 된다.

도시바 음향 솔루션의 경우, 스마트 스피커인 ‘TH-GW10’을 홈 IoT 사업의 허브로 삼으면서, 이미 시판하고 있는 누수 센서와 화재탐지기, 스마트록과 연계시키고 있다. TH-GW10에는 카메라도 탑재돼 있어 부재 중일 때 카메라의 시야에서 움직이는 것이 있으면 이를 감지하여 이용자의 스마트폰으로 통보한다. 결국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가정용 안전 및 보안으로 활용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스마트 스피커의 궁극적 목표를 홈 IoT 및 커넥티드 홈으로 삼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집 안의 가전제품과 벽, 심지어 문까지도 사람과 대화하고, 그 속내를 파악하여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집을 실현하려고 한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시대는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한다. API란,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말하는데 최근 플랫폼 경쟁 시대로 접어들면서 API의 개방이 화두가 되고 있다. 오픈 API를 통하여 생태계를 확장함으로써 다양한 응용 서비스의 개발을 유도하여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핵심 기술의 보유에 연연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음은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개방을 통해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을 높였는데, 이 생태계 안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의 성장 기회를 잡았으며, 로비오(앵그리버드)를 비롯한 수많은 컨텐츠 개발사들이 성장을 이뤄냈다.

 
이런 상황은 인간과 기기간의 인터페이스인 음성 AI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마존이 2015년 7월 알렉사의 API를 공개했으며, 구글도 2016년 11월 구글홈 출시 직후 API를 공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체적인 음성 AI를 보유하지 않아도 API를 이용하여 선도적인 음성 AI를 활용하여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따라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음성 AI 부문에서 후발주자로 힘겹게 선도 기업을 좇기보다 아마존이나 구글 등의 음성 AI 플랫폼 생태계에 편입하고, 주력 비즈니스인 가전 분야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것이 일본 가전 기업들의 전략이다.

이와 맥을 같이 하여 일본에서는 홈 IoT 기기와 커넥티드 홈을 보급시키려는 움직임이 점점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7년 7월, 도쿄 급행전철(도큐)이 주도하는 ‘커넥티드 홈 얼라이언스’가 발족됐는데, 9월에는 총 77개사가 참가하는 모임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커넥티드 홈 얼라이언스에는 주택과 부동산 관련회사 뿐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와 금융관련 회사가 다수 참가한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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