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는 전용 칩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에는 전용 칩이 필요하다?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7.12.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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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톺아보기 ② 칩·플랫폼부터 활용까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프로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촉발된 인공지능의 바람이 이제는 실생활 영역으로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자율주행차, 머신비전 등 산업계 곳곳에서도 인공지능을 덧대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이고,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인공지능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연재순서 : ①인공지능 플랫폼 ②인공지능 전용칩 ③감성컴퓨팅 ④스마트 스피커]

▲ 인텔이 개발하고 있는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chip), 로이히(Loihi). 128개 코어로 구성되며, 각 코어는 1024개의 인공 신경세포을 갖고 있어 13만개 신경세포와 1억 3,000만 시냅스를 갖춘 랍스터 뇌보다 복잡하다. 인텔은 14나노 공정에서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FPGA 타입으로 만들어 2018년 상반기에 대학 등의 인공지능 연구진에 제공할 예정이다.
인공지능형 칩이 등장하면 반도체 산업에 혁명이 일어날까? 칩chip이란 반도체가 수십 및 수천 개로 이루어진 얇은 조각에 불과하지만, 전자제품의 크기·동작속도·전력소모 등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컴퓨터를 비롯한 가정의 TV 등 오늘날의 모든 전자제품은 모두 반도체 칩을 기반으로 구동되는데, 현재의 반도체로는 인공지능에서 요구되는 빅데이터 처리에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현재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가 요구되며, 인공지능을 위한 전용 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주요 기술인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구동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것은 CPU와 GPU의 조합이다. 그렇지만 이 중에서 보다 더 주목받는 칩은 바로 GPU이다. 기존 컴퓨터에서는 CPU가 핵심이었지만, 인공지능에서는 GPU가 더 핵심적인 요소로 평가받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12개의 GPU가 특정 작업에서는 2000개의 CPU에 맞먹는 성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부수적 요소인 그래픽 카드 업체에 불과했던 엔비디아가 인공지능의 강자로 등장한 것도 이 맥락 속에 있다. 2016년도 기준으로 GPU는 인공지능용 칩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GPU 시장의 절대강자인 엔비디아가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랙티카Tractica는 앞으로 CPU의 속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인공지능용 칩이 개발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관련 시장의 규모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더불어 트랙티카는 CPU와 GPU 뿐 아니라 FPGA, ASIC 등의 다양한 칩이 인공지능 시스템에 더 많이 채택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산업정보는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용 칩 시장규모는 2016년도 6억 달러에서 2021년에는 52억 달러까지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용 칩이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비트코인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사용된다는 것이 이러한 급성장을 이뤄내는 원동력이다.

반도체 기업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업계의 거장인 애플, 그리고 화웨이, 심지어는 인터넷 전문기업인 구글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인공지능용 칩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까닭도 이렇듯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어 인공지능 시스템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드는 의문 하나. 과거에도 GPU를 비롯하여 FPGA, ASIC 등의 칩셋은 존재했다. 그렇지만 칩 시장의 패권은 언제나 CPU에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 CPU가 아닌 기존 주변부의 칩들에 열광하는 것일까?

 
해답 중 하나는 범용 CPU의 정체에 있다. 반도체 업계의 바이블이었던 ‘무어의 법칙’은 이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 CPU의 성능 발전에 기댔던 컴퓨팅 성능의 향상은 CPU 개선보다 새 소프트웨어 모델을 개발하고, 이에 맞춤화된 전문 코어의 실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문 코어가 범용 CPU의 느슨한 고리를 파고드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또다른 분야가 데이터센터이다.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작업별 부하 처리를 위한 전용칩 개발에 나서 FPGA를 빙Bing 검색 성능 향상에 사용했다. 이러한 전용칩 개발은 구글에서도 시도됐으며, TPU는 이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그리고 병렬연산으로 폭발적 성능 증가를 이뤄낼 수 있는 인공지능이 CPU 만능 시대의 종언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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