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요우커, 한국 화장품 산업 성장 이끈다 (2)
한류·요우커, 한국 화장품 산업 성장 이끈다 (2)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6.12.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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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자동화를 위한 투자가 이어진다 | ④화장품 산업

 

중국 시장에서의 변수는 중국 정부의 내수 보호 정책이다. 실제로 중국의 화장품 수입액은 2015년 45억 달러에 달했으며, 해외 브랜드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화장품 수입액은 연평균 25% 이상 성장, 중국 화장품 시장 증가율 10%를 상회하고 있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수 보호 정책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높은 세금·최소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진행되는 까다로운 위생허가·통관 강화·자국 내 면세점 설립 등은 내수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 중국 화장품 업체의 점유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정부의 내수 정책이 이어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로컬 업체의 비중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ODM 성장 기회 ‘주목’
로컬 업체의 성장은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에게 위기보다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화장품 ODM 기업들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어 중국 로컬 기업의 ODM 파트너로 더욱 큰 성장 기회가 예상되는 것이다.

일례로 업계 1·2위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약 250~280명 수준의 R&D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한 아모레퍼시픽이 500명 가량의 R&D 인력을 운용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강력한 R&D 투자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국내 주요 ODM 기업들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 생산과 품질 관리 시스템을 확보해 글로벌 스탠다드인 GMP, ISO, OHSAS 등 품질관리 기준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레벨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중국에서 수입 화장품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원인은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가 자리한다. 중국 로컬 업체들은 가격경쟁력 외에는 강점을 지니지 못해 소비자들이 해외 화장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중저가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전개 중이지만, R&D와 생산설비는 모두 글로벌 브랜드보다 열세다. 중국산 화장품 1위 기업인 상해가화의 매출액은 한국 아모레퍼시픽의 1/5 수준에 불과하며, 주요 10개사가 모두 매출 1조원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중위권 기업의 경우에는 매출 5000억원 수준에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국 기업들은 ODM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산업은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요구될 뿐 아니라 생산 효율성 부분 등에서 요구되는 노하우도 적지 않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top-tier ODM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R&D·생산설비에서 모두 열세이며 생산 효율성 노하우도 부족한 중국 기업들의 경우, 양질의 ODM 파트너가 더욱 절실한 문제다.

▲ 국내 주요 ODM 12개사 매출 변화

이에 더해 중국시장에서는 상하이바이췌링은 코스맥스가 주요 ODM이었던 ‘바이췌링’ 브랜드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을 0.1%(2010년)에서 1.6%(2015년)로 가파르게 성장시킨 성공 사례도 이미 존재한다. 양질의 ODM을 확보를 기반으로 통한 고성장 입증은 중국 업체들의 ODM 수요를 더욱 강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 국내 ODM 생산 기업이 기회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의 R&D 역량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코스맥스·한국콜마는 글로벌 1, 2위 규모의 화장품 ODM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며,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중국발 ODM, 2020년 4조원 이상 성장
중국발 ODM 수요는 2020년 최소 4조5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로컬 기업 비중은 30%에 미치지 못한다. 이들 중 절반을 ODM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약 2조원의 시장이다.보수적으로 예측해 중국 로컬 기업이 2020년까지 시장 점유율(중국 화장품 시장 전체 연평균 성장률 10% 예측)을 30%로 높이고, ODM 비중을 60% 가져간다고 하면, 4조5000억원의 ODM 수요 발생이 예상된다. 이는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률(10%)를 크게 상회하는 연평균 18% 성장 예측으로, 큰 기회가 중국 시장에 자리함을 보여준다.

물론 이는 매우 보수적인 예측으로, 실제 성장폭은 더욱 클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저가 화장품 업체의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100% 외주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즉 중국 화장품 기업의 ODM 의존도는 60% 이상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 중국 로컬 기업의 성장 및 ODM 수요 예측

국내 ODM 기업들은 공격적 투자를 통해 중국발 ODM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주요 화장품 ODM 기업들은 대부분 3년 내 두 배 내외의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캐파 증설에 가장 공격적인 업체는 코스맥스다. 코스맥스는 상해와 광저우 위주로 설비 증설을 진행해 2010년 6000만개에서 2015년 3억4000만개로 캐파를 증가시켰다. 2016년 말 상해 제2공장이 완공되고 광저우 공장의 캐파 증설까지 더해지면 코스맥스의 캐파는 6억개까지 늘어나게 된다. 중국에서만 6년간 10배의 캐파 확대다. 국내에서의 증설도 계속 이어져 2012년 2억4000만개였던 코스맥스의 국내 캐파는 2015년 말 7억3000만개로 증가했으며, 2016년 말에는 10억개를 돌파할 예정이다.

▲ 국산 화장품의 주요 수출국 비중
국내 증설을 통해 중국발 수요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던 한국콜마는 중국 현지 공장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코스맥스보다 늦었지만 중국 북경 공장을 1500억원대 캐파 수용이 가능하도록 증설했으며, 중국의 주요 업체들과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상해 부근에도 부지를 확보해 2018년 말 공장을 완공할 방침이다. 상해공장은 북경 공장보다 많은 1500~2000억원 캐파 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 제약 ODM 관련 투자도 예정돼 있어, 전체적으로 3년 내에 한국콜마의 중국 캐파는 약 두 배 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콜마는 이미 국내 생산 캐파는 2014년 4000억원 수준에서 2016년 7000억원대로 증가시킨 상황이다.

국내 화장품 용기 1위 업체인 연우는 2016년 신공장을 완공해 튜브형 용기 캐파를 기존보다 3배 늘리고 펌프형도 약 250억원 증설한다. 중장기적으로는 2배 이상의 캐파 증설을 진행할 방침으로, 중국에서도 프리미엄 화장품 용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상해 지역에 신규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고, 2017년 완공할 계획이다.

ODM 기업들의 이러한 적극적 투자는 중국 로컬 화장품 기업의 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함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중국 로컬 업체의 성장에만 의존하는 투자는 아니다. 국내의 신규 인기 브랜드들도 대부분 외주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에 중국 로컬 업체의 성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져도 다른 국내 신규 브랜드들로부터 충분한 수요가 발생될 수 있다.

다시 말해 ODM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국 로컬 기업이건, 혹은 국내의 신규 스타 브랜드건 상관없이 중국 시장이 예상되는 성장을 이어나간다면, 지속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꽃놀이패를 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지난 10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뤄냈던 국내 화장품 ODM 기업의 성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나아가 이러한 긍정적 신호는 최근의 급성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력으로 시장 장악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 넘어 브랜드 가치 향상
2015년 한국의 화장품 수출은 25억 8780만 달러(2조 9280억원)로 전년대비 43.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연평균성장률도 34.3%로 급성장했다. 수출은 2010년 5억 9693만 달러에서 2013년 12억 8341만 달러, 2015년에는 25억 8780만 달러로 높아졌다. 5년 사이에 4배 이상의 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반면 수입은 2015년 전년대비 3.8% 증가한 10억 8770만 달러에 불과했다.

▲ 글로벌 30대 화장품 브랜드 실적 현황
비약적인 수출 증가는 중국 시장에 힘입은 바 크지만, 우리나라가 화장품 강국의 대열에 올라섰음을 증명한다. 실제로 2015년 화장품 수출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전체 수출의 41%, 홍콩 25%로 중화권 수출(중화권 수출 총액 2조원·수출 비중 70%)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미국(7%)과 일본(5%), 프랑스(0.5%) 등 화장품 강국에 대한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

이는 일시적 한류 이슈가 아닌 실질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제품 로열티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1조원 매출을 돌파했으며, ‘이니스프리’와 ‘라네즈’도 7000~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LG생활건강도 ‘후’ 매출이 8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이는 높아진 국산 화장품 브랜드 가치를 보여준다. 물론 글로벌 Top5인 ‘랑콤’(5조원)·‘시세이도’(4.3조원)·‘샤넬’(4조원)·‘에스티로더’(3.7조원)·‘크리스찬디올’(3조원) 등과는 격차가 크지만, 이들이 7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명품 브랜드로 높은 가격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상당히 좁혀져 경쟁 가시거리에 접어든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의 성장과 함께 중국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화권 외 지역으로 점진적인 수출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성장을 점치기에 충분한 요소다. 특히 기능성 화장품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R&D 역량이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세게적으로 기능성 화장품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국내 화장품 산업의 전망도 밝다.

우리나라 기능성 화장품 생산실적은 3조 8559억원으로 전체 생산실적의 35.9%에 달하며, 비중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1년 기능성 화장품 생산은 1조 6418억원으로 25.7%에 불과했지만, 2012년 2조 1483억원(30.2%), 2013년 2조 5638억원(32.2%), 2014년 2조 9744억원(33.2%), 2015년 3조 8559억원(35.9%)로 계속 증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화장품법이 개정돼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가 피부의 미백·주름개선·자외선 차단에서 모발과 관련된 분야까지 확대됨에 따라 기능성 화장품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고성장이 이뤄지는 아시아 시장이 전세계 화장품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또 이러한 아시아 시장의 중심에는 한국 화장 기업과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랑콤’·‘입셍로랑’·‘슈에무라’·‘비오뗌’·‘에스티로더’·‘록시땅’ 등이 한국 주요 ODM 업체를 생산파트너로 삼으면서 동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맥스는 미국 화장품 업체와 MOU를 체결하고 한 원료 및 제품 개발 추진에 나섰으며, 2015년 수출이 전년대비 99% 상승하고, 올 1분기에도 100% 성장을 이어나가는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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