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요우커, 한국 화장품 산업 성장 이끈다 (1)
한류·요우커, 한국 화장품 산업 성장 이끈다 (1)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6.12.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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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자동화를 위한 투자가 이어진다 | ④화장품 산업

 

우리나라의 화장품 산업은 성장일로다. 한류열풍으로 급증한 중국 관광객(요우커)들의 소비가 이어지면서 성장 모멘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기존 강자들이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한불화장품·한국화장품 등 중견 화장품 업체들의 실적 또한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화장품 시장의 좋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2015년 화장품 생산실적은 10조 7328억원으로 전년대비 19.6% 증가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상회했다. 지난 5년 사이 화장품 생산 규모는 13.9%의 성장률을 시현하면서 소매 업계에서 핵심 콘텐츠로 소비 채널 성장을 주도했다. 부문별로 살피면, 기초 6조 2016억원(전년대비 57.8% 성장), 색조 1조 7,225억원(전년대비 16.1% 성장), 기타 헤어 1조 3942억원(전년대비 13.0% 성장), 바디 케어 8247억원(전년대비 7.7% 성장)을 기록했다.

성장 시장, 기업 신규 진출 활발
이처럼 화장품 시장에 수천여 기업이 몰리는 까닭은 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1조원을 실현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관련 수출액은 2014년부터 지난 3년간 연평균 42%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출 강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화장품 시장 진출이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호조 속에 참여 기업들도 속속 늘어났다. 제약사나 유통업체들까지 신규 진입을 노리면서 국내의 화장품 관련 제조업체는 2015년 말 8400개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다.

특히 이러한 진출 러시가 최근 수년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화장품 시장의 성장 전망이 밝음을 의미하는 방증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수천개 기업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제약·유통 기업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국내 화장품 산업 추이

중국발 수요, 화장품 산업에 새숨 불어넣다
수출을 기반으로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요소는 바로 ‘중국’이다. 시장 경제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이후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의 중심지로 자리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폭발적인 경제 성장에 따라 소비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중국은 자동차·가전·통신·의료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화장품 시장에서의 주목도는 더욱 높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2015년 이미 규모 기준으로 전세계 시장 2위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충분한 성장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인당 소비액 기준으로 살피면, 중국민 1인당 화장품 소비액은 연 37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 평균 59달러의 63%, 일본과 한국의 15%, 17%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이에 주요 화장품 소비국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화장품 산업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과 함께 한류열풍에 의한 후광 효과까지 받으면서 중국 현지에서 크게 각광받음으로써 성장일로를 달리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대중국 수출은 2014년부터 본격화됐지만,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시키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살피면, 국가별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은 점유율 25%로 전통적인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 화장품 산업 수출 동향
▲ 대 중국 수출액 추이

우리나라 화장품의 인기는 채널 확대의 힘이 크다. 과거 대중국 화장품 수출은 통로가 제한돼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현지에서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쇼핑 등이 각광받으면서 국내 화장품이 공급될 수 있는 유통 경로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대중국 수출이 급증하게 됐다.
대중국 화장품 수출은 2014년부터 급격히 증가함을 알 수 있다.(그림 2) KITA의 자료에서는 홍콩과 중국에 대한 화장품 수출 비중은 64%에 달한다.(그림 3) 중국이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 경쟁 대혼전
전통적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은 내수가 중심이 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 시장의 성장에 힙입어 수출액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반도체나 휴대폰처럼 중심축이 수출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생산 측면에서 보면, 수출 시장은 이미 내수 규모에 육박한다고 평가된다. 국내 내수 시장은 11~12조원 규모인데, 화장품 분야의 원가 비중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 시장은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수출과 관련된 생산 시장을 수출액의 70% 수준으로 가정하면 2조원 이상의 수출 관련 생산 시장이 형성돼 내수 규모에 육박한다.

이에 국산 화장품의 주요 수요처가 된 중국 시장의 움직임은 매우 유의깊게 살펴볼 요소다. 중국 화장품 시장을 한 마디로 말하면, ‘혼전’이다. P&G와 로레알을 제외하고는 점유율이 3% 이상인 업체가 드물 정도로 파편화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장 혼전은 불확실성의 요소다. 그러나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큰 위협 요인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은 수입 시장 점유율 25%로 2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프랑스를 넘어 중국 수입 화장품 1위로 평가된다. 수많은 중국 관광객을 비롯해 웨이상 등 집계되지 않는 수요도 적지 않은 까닭이다.

이는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례로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 중 하나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국내 면세점에서 중국 관광객이 구입하는 규모를 더하면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 2위인 로레알을 위협할 정도이며, LG생활건강 역시 면세점 매출을 가산하면 중국 최대 화장품 업체인 상해가화 매출에 육박한다고 평가된다.

절대 강자가 없는 중국 화장품 시장의 혼전은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에게 더 큰 기회 요소로 전망된다. 한국의 브랜드가 중국 화장품 시장의 혼전을 이끌어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더한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에서는 전통적 강자인 유럽을 비롯해 미국·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의 주요 원인으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선전이 손꼽히고 있다. 한국의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유럽·미국·일본 브랜드의 럭셔리 시장을 약화시킨 것이다.

중국 타오바오 화장품 인기 지수를 보면, 중국에서 오래 전부터 인기를 끌은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 ‘후’, ‘라네즈’, ‘이니스프리’뿐 아니라 ‘AHC’, ‘Cloud 9’, ‘Clio’, ‘SNP’, ‘Skin Food’ 등의 신규 브랜드 진입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4~2015년을 기점으로 신생업체들이 선전하면서 인기 브랜드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K-Beauty라는 단어까지 회자되게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표 업체들의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에 더해 새로운 인기 업체의 등장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선전이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한다.

유통 채널 다각화, 신규 업체 기회 증가
최근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를 높인 요인은 유통 채널의 변화다. 중국의 유통 채널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급격하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유명 글로벌 브랜드보다 낮은 가격에서 고품질을 제공하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발생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타오바오·티몰·쥬메이·징동 등 공식적인 B2C/C2C 외에도 메신저를 활용하는 웨이상 유통이 활성화돼 있다. 웨이상이란, ‘We Chat’·‘모모’·‘웨이보’ 등 메신저나 SNS를 이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형태의 채널로, 10조원 이상이 웨이상을 통해 거래된다고 알려진다. 웨이상 유통은 정확한 시장 규모 파악이 어렵지만, 웨이상의 최고 인기 품목 중 화장품이 빠지지 않으며, 마스크팩 시장만 2000억원 규모를 상회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 중국 온라인 마켓 점유율

이외에도 온라인 해외 직구 등 다양한 온라인/모바일 유통 채널도 활성화돼 있다. 해외 직구는 국내 메이저 업체의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에서 직접 배송하는 방식과 각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된 벤더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한 후 지정된 보세구의 국제 창구를 활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온라인 마켓의 성장과 한국산 화장품 성장은 궤를 같이 한다. 다양한 채널에서 원하는 제품을 쉽게 구입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됨에 따라 가성비가 높은 한국의 화장품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중국 온라인 화장품 시장 성장은 한국산 화장품이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공급업체 입장에서 온라인 유통은 까다로운 중국 당국의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화장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4~6개월, 길게는 6~1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중국 식약청 등록 신고/심사를 우회할 수 있는 것. 따라서 중국에서의 온라인 비중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중국 화장품/퍼스너케어 제품에서 온라인 비중은 2015년 18%로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게 높으며, 시장규모는 약 9조원에 달한다고 추정된다. 화장품군의 온라인 비중은 약 30%다.

O2O(Online-to-Offline, Offline-to-Online) 서비스도 접목되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 매장이 시도하는 O2O는 보세 창고에 입고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연 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위생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의 경우 매장 내 진열 제품에 표시된 QR 코드를 핸드폰으로 찍어 바로 주문/결제할 수 있다. 이는 온라인 판매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화장품 시장 성장을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중국에서 온라인 유통에 가장 적합한 품목으로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화장품이다. 그리고 이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중화권에서 인기 높은 한국 화장품의 선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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