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산업용 로봇
떠오르는 산업용 로봇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5.11.3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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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se of Industrial Robotics
2015년 초, 마틴 포드는 ‘Rise of Robot’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책 제목이 두렵지 않은가? ‘뭐야, 평범한데?’라고 생각했던 이라면, 이 책의 부제목, ‘기술, 그리고 직업이 없는 미래의 위협(Technology and the Threat of a Jobless Future)’을 보는 순간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자료 | Graybar(www.graybarindustrial.com)
글 | Kyle Maxey, ENGINEERING.com

 
이 책의 350쪽이 넘는 지면에 걸쳐 포드는 주장을 막힘없이 전개한다. 포드는 로봇은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기계 학습 알고리즘 및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향후 수많은 사람들이 로봇에 밀려 해고당하고 말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물론 포드의 경고가 곧바로 현실 세계에 도래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포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로봇의 업무능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으며, 그 사용 역시 확산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제는 우리의 직업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경고음을 울려야 할 때다. 하지만 로봇의 위협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단결하기에 앞서,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첨단 산업용 로봇의 현주소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현대의 산업용 로봇은 1970년대 중반부터 제조현장에서 활약해오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인간의 팔과 어느 정도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기계 짐승’이 덩치를 키워감에 따라 첨단 공구를 근처에 둔 작업자는(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기도 한다) 언제나 로봇의 움직임과 힘 그리고 속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었으니까.

 
상냥하고 부드러운 로봇
오늘날에는 대규모의, 빠르게 움직이는 로봇이 공장 생산현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다 안전하며 예의바른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약 6ft(182.88㎝) 가량의 큰 키를 자랑하는 ‘백스터’는 안전 펜스 등의 장애물 없이도 작업에 임할 수 있으며,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이다. 백스터는 지칠 줄 모르는 로봇의 장점을 가졌으며, 여기에 더해 손과 팔의 움직임을 조절하기 위한 일련의 센서를 장착함으로써 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센서를 장착하여 인식할 수 있는 범위와 정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움직임을 빠르게 멈출 수도 있다. 백스터는 빠른 반사신경을 활용해 모터를 순간적으로 감속시킴으로써 함께 작업하는 작업자 및 장비의 부상을 방지한다.

백스터는 로봇공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진보를 의미하는 또 다른 특성을 갖추었다. 모터 연상(Motor Suggestion)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는 작업자가 직접 백스터를 움직임으로써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 작업자가 수행한 동작은 프로그램 명령으로 변경되어 기록되고, 백스터는 이 움직임을 반복하여 수행하게 된다.

 
우주를 향해
미국항공우주국(이하 NASA)은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엄격하게 설계된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알려져 있다.

버지니아에 위치한 NASA의 랭글리 연구소는 최신 합성 개념(Composite Concept)을 설계 및 분석한다. 창의력과 첨단기술의 중추 역할을 하는 연구소이지만, 복잡하고 거대한 복합체 구조를 구축할 수는 없었다. 일종의 병목 현상이 아이작(ISAAC, Intergated Structural Assembly of Advanced Composites) 로봇 전문 위원회의 투자에 큰 장애물로 다가왔다.

아이작을 두고 ‘특별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평가절하된 표현이다. 지구상에 단 세 대만 존재하는 아이작을 활용하여 NASA는 차세대 우주선에 쓰일 복잡한 복합 구조를 만들고 있다. 특별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아이작(초기 단계에서는 사실 거대한 쿠카 로봇이었다)에는 상이한 탄소섬유 리본으로 가득 찬 롤러가 16개나 들어있는 디스크 모양의 머리가 갖춰져 있다. 

우주선의 기하학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아이작은 탄소섬유 소재의 각기 다른 패턴을 규정하고, 여러 스풀(주 프로그램 처리와 입출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다중 프로그래밍의 형태다. 편집자 주)을 전환함으로써 무수한 특징을 구현한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NASA의 공학 기술은 새로운 설계의 원형(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정확하고 정밀한 풍동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며, 화성과 그 너머를 항해하는 로켓의 탑재 장비 및 구성요소를 구축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더구나 아이작은 크기가 작아 동료 로봇을 모아 대형 구조물을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다. 지구 밖에서의 건물 혹은 구조물을 구축할 경우 유용한 기능이다. 

미래에는 아이작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을 건설 작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 친화를 위한 ‘작은 걸음’
지난 2012년 경부터 3년 간, 미국 국방 첨단과학기술 연구소(DARPA)는 DARPA 로봇 챌린지(DRC)라는 이름의 행사를 주도해왔다. 이 다년간의 시합의 목표는 황폐화된 ‘인간 공학적 환경’에서 반자동적이고 복잡한 구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이었다. 

DARPA는 미래를 향한 야심찬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개최하는 DRC는 성장의 속도가 느린 과학 분야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고안된 토너먼트였다.

각자가 가진 한계를 밀어붙여 세계적인 로봇 공학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답은 정해져 있다.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장애물 코스와 시간제한이라는 요소를 통해서 말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25개의 팀이 DRC에 모였다. 이들이 만든 로봇은 한 시간 이내에 장애물 코스를 자동차로 주행하고, 문을 열며, 전동공구를 활용해 벽에 구멍을 내어 밸브를 잠근다. 

DRC 측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운전 코스 정도는 통과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를 달성한 것은 25팀 중 3개 팀에 불과했다.

DARPA가 만든 코스의 막바지에는 대한민국의 카이스트 로봇이 Florida Institute for Human and Machine Cognition의 로봇을 따라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장애물 경주에서 6분의 격차를 줄이는 데에 성공한 것. 

어떻게 그렇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을까? 카이스트의 로봇은 다리와 바퀴를 모두 갖춘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복잡한 지형을 통과할 때 보다 민첩하고 영리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안에 현대 로봇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오늘날의 로봇은 인간의 이족보행을 계산할 수 없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빅독(BigDog)과 MIT의 치타가 네 발로 달릴 수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이족보행을 완벽하게 수행한 로봇은 없다.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걷기’라고 부르는 우아한 행동을 하면서도 장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드느라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해서 실패하는 것을 보면, 이족보행은 로봇을 과대평가한 행위이고, 인간은 단지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의인화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로봇의 보행에 대한 난제는 비록 겉보기로는 간단한 작업 및 동작이라 할지라도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시사한다. 

DRC의 프로그램 매니저인 길 프랫이 이러한 사실을 가장 잘 표현했다. 길 프랫은 “아마 10년 혹은 20년이 지난 뒤에는 재난현장에서뿐 아니라 건설·농업·노령화 사회·헬스케어 등에서도 진일보된 로봇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그제야 나는 ‘DRC가 성공을 거둔 행사였어’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직업은 (당장에는)안전하다
오늘날에는 산업 분야에서의 로봇화가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히 이루어지고 있다. 로봇은 날이 갈수록 능력이 많아지고 똑똑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한 형태의 로봇조차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아직 이르다. 산업현장이나 회의실 등에서 활약하는 로봇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당장 포드의 논리를 적용하기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 산업용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은 우리의 삶 속으로 성큼 다가오게 된다.

다만, 필자는 당분간 우리 같은 기술자들이 작업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값비싼 유압 로봇이 인간 작업자를 대체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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