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제품, 하키 스틱처럼 팔리진 않나요?
당신의 제품, 하키 스틱처럼 팔리진 않나요?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8.05.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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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 스틱 세일즈Hockey Stick Sales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제품을 출시한 직후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매출을 보이지만,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난 뒤에는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키 스틱의 날 부분이 저조한 판매기간을 나타내고, 손잡이 부분은 증가하는 부분을 나타낸다. 침체한 기간에 따라 반대 성격을 띤 것도 있다.
 
하키 스틱 그래프의 날 부분(즉, 판매가 저조한 부분)을 어느 정도 막거나 최소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품이 고객에게 꼭 필요한 사양을 충족했을 때에야 고객들이 제품을 완벽하게 수용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항공우주·반도체·여타 계층화가 이루어진(Tiered) 산업분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고객의 모델을 출시할 때에 임박해서야 말라깽이였던 판매량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평평한 판매량은 지방자치단체 주도 산업·정부 주도 산업·자본 집약적인 산업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회계연도를 집행하는 기간이나 금전 사용 허가를 기다리는 기간에도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들이 다음 회계연도의 예산을 모두 배분하고 나서야 당신의 차례가 돌아오는 셈이다.

‘평평한 날’이 예상되는 예는 이뿐만이 아니다. 세상이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내놓거나 현 시점에서 제품의 가치를 알아보기에는 지나치게 혁신적인 경우에도 저조한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다. 시장에서 아이디어 및 제품을 검토하고 제품의 가치를 알아보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제프리 무어가 1991년에 출판한 ‘Crossing the Chasm’이라는 책을 살펴보면, 판매량이 아예 없는 ‘깊은 틈Chasm’을 ‘시장이 새로운 제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상황은, 회사의 새로운 제품에 대한 평판이 나쁜 경우다. 시장에서는 이런 업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는 한다. “A라는 회사는 조급하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죠. 회사가 이것저것 문제를 수정할 때까지 몇 년 기다리고 난 다음에 제품을 사세요.” 이러한 평판에 대한 원인으로는 공격적인 판매조직, 관리자의 제품 출시일 강요,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품 실험 등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정뿐 아니라 조직문화의 체질개선도 필요하다.

교정하기 난해한 또다른 문제는 사실상 제품 개발과정 자체에 기인한다. 개발팀이 ‘Late to Market(직역하면 제품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의 기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일정을 늦추는 것을 말한다. 제품 출시 마지막 단계에 기능을 추가하기로 결정하거나, 이미 개판이 된 제품을 끝까지 손보는 경우도 있다)’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판매 부서에서는 개발부서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여기에 맞추어 판매 일정 역시 조정하게 된다. 판매부서 직원들은 결코 고객들을 일찍 흥분시키지 않는다. 제품 출시가 지연되어 고객에게 양해를 구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판매부서 직원들은 제품이 실제로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 기다릴 뿐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제품 개발 과정을 ‘제품 상업화 과정’으로 변질시키는 경우 역시 문제가 된다. 개발 과정은 개발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상업화 및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경우 개발부서가 벽 너머에서 판매 부서로 제품을 집어던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간행물과 광고에 대한 개발, 판매 조직 교육, 고객 방문 예약, 고객 동화시간(Assimilation Time), 기타 제품 출시까지 시간이 걸리는 모든 사항들을 점검하고 각 부분들을 개발해야 한다. 진정한 제품 출시는 개발과 실험 그리고 제조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설계 단계부터 제품 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시 살펴보라. 사업개발 부서, 마케팅 부서, 판매부서, 기술출판(Technical Publication) 부서가 참여할 수 있는 최초의 지점은 어디인가? 이 지점을 좀 더 앞당기거나 참여율을 높일 수는 없을까? 고객이 가장 먼저 관계를 맺는 지점은 어디인가? 고객이 아직 제품을 주문할 수 없는 단계에서도 조기 참여가 가능한가? 정확한 가격이나 납기일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에도 고객이 제품에 대한 투자(First Dibs)를 할 수 있는가? 별개의 단계들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가? 개발자와 기획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물론 너무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고객이 개발 단계의 제품을 확인하는 것을 동의할 수 있는가? 동의할 수 있다면, 어느 지점까지 고객에게 공개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즉각적으로 생각해보라. 개발을 마쳤을 때, 앞서 나열한 일괄적인 과정들을 시작 단계부터 칼로 자른 듯 구분할 수 있는가? 우리는 모두 최소 수 년, 많게는 수십 년 동안 제품개발을 거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앞서 제안한 것을 염두에 두고 상용화에 적용해보자.

하키 스틱 형태의 판매 그래프는 시장에 대한 진입시기를 늦추어 개발자의 만족 및 충족감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그래프가 지속되면, 고객들이 다른 이들이 뛰어들기를 기다리며 서로 눈치를 보는 동안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주춤할 수도 있다. 최고의 비즈니스 하키 스틱은 날이 없이 손잡이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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