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룰렛인가? 새로운 표준인가? (1)
러시안 룰렛인가? 새로운 표준인가? (1)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4.11.27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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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모바일 제품을 산업자동화에 사용하기
모바일 기기를 공장자동화에 도입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인더스트리 4.0이나 사물인터넷 그리고 기기간 통신 등의 용어가 범람하고 있는 오늘날, 모바일 기기를 통해 공장 상태를 파악하고 공정을 조율하는 것은 머지않아 일상적인 풍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모바일 장비를 도입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자료|Opto22(www.opto22.com)

 
펜실베니아에 있는 채석장에서 15㎝ 펌프 두 개가 매년 수백만 갤런이나 되는 물을 제거한다. 강우(降雨) 및 유출(流出. 유역에서 집수된 물이 하천을 따라 흘러나오는 과정. 출처 자연지리학사전)을 통해 만들어지는 물이다. 

전기공이 채석장의 끝부분에서 아이폰을 꺼낸다. 웹브라우저를 열고, URL과 개인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화면에는 각 펌프의 상태나 전류 소비량 등에 대한 정보가 표시되며, 채석장 내의 유동률(Flow Rate)와 수위(Water Level) 등에 대한 정보도 나타난다. 표시되는 정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전기공이 굳이 채석장 내부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따라서 즉각 다음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감귤 가공처리기를 제어하는 기술자는 과일을 씻어낼지 상표를 붙일지를 선택하는 컨베이어의 속도를 조정한다. 현장은 잡음으로 가득하다. 또한 컨베이어 속도를 조정하는 HMI는 저 멀리에 있다. 기술자는 HMI 작업자에게 소리치는 대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함으로써 컨베이어를 미세 조정할 수 있다.

모바일로 이동하다
점차 자동화 기술자 및 설계자들은 상업용 규격품(Commerical, Off the shelf, COTS)모바일 장치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점은 다음과 같다.
· 장비에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다.
· 시스템을 시운전하거나 유지·보수할 수 있다.
· 저렴한 장치 작업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재 모바일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자동화의 재앙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미래가 될 것인가?

최근 자동화 전문가들이 벌인 ‘LinkedIn’ 토론을 통해 모바일 기술의 도입을 저어하는 이들과 이를 받아들이려는 이들이 가진 넓은 의견차를 엿볼 수 있다. ISA(International Society of Automation) 그룹이 2014년 1월 토의를 거친 결과, 크게 두 가지 의견을 도출했다.

“시스템 보안에 구멍이 생기면 안전 시스템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 러시안 룰렛과도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공장의 3D 모델을 태블릿에 담게 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나 생각하라.”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글을 통해 모바일 산업의 추세와 경향을 살핀다. 동시에 상업용 규격품 모바일 장치를 산업자동화에 적용했을 때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알아본다. 나아가 자동화 응용사례에 적합한 모바일 장치를 선택하는 데에 필요한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모바일은 개별적이다
현대인 중 대부분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의 신속성에 우호적이다. 일상생활에 빠르게 도입된 이유 중 하나다. 

사용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이메일을 보내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게임을 하고, 책을 읽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영상을 보거나 내려받으며, 온라인으로 은행 업무를 보거나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쉽고 빠르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원하든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음악· 지도·디지털 카메라·메모장·주소록·달력·초시계·알람·계산기·앨범·GPS·백과사전·온라인 매장들… 게다가 전화 기능도 있다! 

글을 읽는 당신의 나이가 젊거나 어리다면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놀라운지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젊은 세대는 모바일이 가져다주는 편의성을 더욱 쉽게 누릴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편리한 물건을 직장이나 작업장에서 활용하지 않고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모바일은 비즈니스다
2009년 경, 인텔은 직원들이 각자의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일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2년 뒤, 인텔은 2014년까지 70%가량의 직원들이 개인 업무에 모바일 장치를 활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텔뿐 아니라 두 개의 다른 회사들도 같은 경향을 포착 및 언급했다. Bring Your Own Device(BYOD)라는 용어가 탄생한 계기다. BYOD란, 개인이 보유한 스마트기기를 회사 업무에 활용하는 것으로, 회사 업무에 개인 소유의 태블릿PC·스마트폰·노트북 등의 정보통신 기기를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출처 시사상식사전).

가트너의 산업 분석가인 데이비드 윌스는 “BYOD 계획 및 전략은 경제 및 문화 분야의 측면에서 클라이언트 컴퓨팅 비즈니스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일어난 것들 중 가장 급진적인 변화”라고 이야기했다. “BYOD는 새로운 모바일 노동자를 생산하고, 직원 만족도를 높이며, 특정 분야에서 비용을 줄이거나 없앤다”는 것이 데이비드 윌스의 설명이다.

오늘날의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에 모바일 장치를 활용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이들 장비는 사용하기 쉽고, 친숙하며, 강력하고, 몇몇 컴퓨터나 랩탑으로는 불가능한 업무를 수행한다. 

일반 소비자용으로만 사용되던 컴퓨터 기술이 산업용으로 쓰인 지도 5년이 지났다. 컴퓨터 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했다(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빌 라이든은 2012년 경 발표한  Automation.com 칼럼을 통해 “노동자들에게는 데스크탑 장비만을 가지고 작업하던 10년 전과 달리, 자기 손바닥에 있는, 더 많은 계산능력을 가진 장비로 작업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모바일은 새로운 기회다
BYOD라는 추세 안에는 기회와 열정뿐 아니라 걱정과 우려의 시선도 함께 담겨 있다. 회사 및 직원들은 직장에서 개인 장비를 사용했을 때 예상되는 악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 개인정보 보호, 장비의 데이터 플랜에 따르는 비용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개인 기기를 업무에 투입하는 쪽을 지지하든, 개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BYOD라는 추세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COTS 모바일 기기는 작업뿐 아니라 사업 전반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주류를 이루고 있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은 작업을 단순화하고 간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한다. 작업자가 모바일을 활용한 작업에 익숙해지면 스마트 기기 없이 작업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된다.

상업용 규격품이란 무엇인가
상업용 규격품(이하 COTS)이라는 개념은 모바일 장치와 함께 시작된 것은 아니다. COTS는 1900년대 중반 미국 국방부 장관인 윌리엄 페리가 군 구매지침에 큰 변화를 일으키면서 대중화되었다. 미군은 고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설계 및 구축하는 대신 기업이 상업용으로 출시한, 일반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기술 및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상업용 기성품 혹은 상업용 규격품이라고 일컫는 제품들이 그것이다. 

COTS 제품은 다양한 측면에서 매력을 가지고 있다.
1. 비용. COTS 제품은 광범위한 시장에 걸쳐 확산되어있으며, 따라서 같은 개발비로도 더 많은 이득을 남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제품 구입비용이 저렴하다.
2. 사용 편의성. COTS 제품은 사용이 용이하며, 구입 및 대체도 신속하게 이룰 수 있다.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몇 달 내지 몇 년 동안 기다릴 필요도, 값비싼 예비 부품을 쟁여둘 필요도 없다.
3. 쉬운 통합. 일반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다양한 업무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제품은 일반적인 산업 표준을 내장하고 있으며, 따라서 상호운용 및 연동이 용이하다.
4. 기능. 모바일 제품은 새 기능을 추가하고 최신 기술을 지원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그 주기 역시 점차 빨라지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5. 관련 비용. 지원 및 교육비용 역시 점차 낮아진다. 제품이 많이 알려짐에 따라 기술자 및 노동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편, 공장에서는
공장자동화 분야에 COTS 하드웨어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약 20년 전이다. PC가 공장에 도입된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상업 규격 PC는 산업의 일부분으로 완전히 통합되었으며, 현재 다양한 상황 및 공정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는 첫 번째 물결, 즉  COTS 제품이 자동화에 도입된 것과 유사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COTS 제품의 역할을 모바일이 대신할 수 있게 된 것. 현재의 기술 변화 속도에 비추어볼 때, 모바일은  빠르면 10년도 지나지 않아 업계의 표준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변화가 자동화 업체에 가져다주는 변화로는 무엇이 있을까?

사무실에 있는 직원에게는 스마트폰을 통해 이메일을 사용하거나 태블릿을 이용해 PDF 문서를 여는 작업이 쉽고 편리해진다. 업무환경은 대부분 이더넷 네트워크 혹은 TCP/IP 등의 인터넷 표준을 활용한다. 와이파이 네트워크 또한 쉽게 추가할 수 있으며, 셀룰러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도 있다. 

기업의 경우, 매우 민감한 자료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이 아니라면 모바일 장치는 골칫거리이기보다는 복덩이다. 하지만 독자적인 버스를 가지고 있으며 상호운용 측면에서 병목현상을 가지고 있는 산업자동화 업체의 경우 상업용 모바일 제품에 대한 적합성이 떨어진다.

자동화 분야에서 보인 모바일에 대한 열의는 대단했지만, 모바일이 자동화 분야에 스며드는 속도는 다른 분야에 비해 확연히 더뎠다. 

2004년, 터키에 있는 두 명의 연구원이 모바일이 산업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론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연구팀은 휴대전화를 활용해 SCADA 시스템에 쓰이는 모형 기중기를 제어 및 조종했다.
이를 실제 응용사례에 도입한 것을 볼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바일 활용에 대한 가능성은 명확하게 제시한 셈이다. 

2013년 겨울, 기술자들이 광범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휴대기기에 내장되어있는 기능을 업무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기술자들은 이러한 기능을 통해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1. 유량 계산·흐름 계산·변환·모의실험·제도 등에 대한 응용사례.
2. 표준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 커넥터 혹은 전기 배선에 대한 표준 등이 있다.
3. 실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내장형 감지 도구. GPS·자이로(Gyro)·자기장·가속도계·근접센서 등이 이에 해당한다.
4. 내장형 카메라. 기존의 장비를 중심으로 새로운 장비를 설계하거나 OEM 업체와 함께 고장을 비롯한 기기 문제를 해결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5. PAL 혹은 PLC 시스템을 관찰 및 제어하는 응용사례.

조사자들은 모든 연령대의 기술자들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그 결과 비교적 젊은 기술자들이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젊은 기술자들이 성장해 공장에 입사하게 되면 모바일 기술 및 활용 측면도 덩달아 성장할 것이라고 조사자들은 예측했다.

GE Intelligent Platforms의 OI/HMI 제품 매니저인 탐 크레이븐은 “젊은 직원들이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꼬집고 벌리는 동작을 취하며 스크린을 조작하려는 것을 보았다”며, “그 방법으로 화면을 조작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의 반응은 ‘어, 왜 안 되지?’였다”고 회고했다.

상업용 스마트폰 및 태블릿이 작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1. 크기가 작고 가벼운 것은 물론, 가격적으로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다.
2. 강력한 프로세서 및 멀티 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고해상도 스크린을 탑재하고 있다.
3. 무선 네트워크(IEEE 802.11) 및 보안 프로토콜(Wi-Fi Protected AccessⅡ 혹은 WPA2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을 내장하고 있다.
4. 많은 개발자들이 이들을 설계하고 다루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으며, 따라서 웹 및 프로그램에 기반을 둔 응용프로그램이 점차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5. COTS 모바일 장치는 친숙하다. 특히 젊은 기술자들에게 그렇다. 따라서 교육비용이 적게 든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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