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점, 새로운 힌트 (1)
새로운 관점, 새로운 힌트 (1)
  • 최광열 기자
  • 승인 2018.11.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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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자동차
생산현장을 개선하는 것은 기업의 개성과 특징을 정의한다. 이런 개선활동의 최전선에 알루미늄 파이프가 있다. 경량·고 강성 특징을 가진 알루미늄 구조재가 각종 공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 이들은 작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곳에서도 쓰이고 있다. 토요타, 덴소 홋카이도, 산오공업 등 알루미늄 파이프를 사용해 혁신에 도전하는 세 업체를 만나본다.
 
명실공이 일본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토요타. 이 회사에서 토요타의 생산라인에 종사하는 조립생기부 지원들에게 토요타의 ‘개선의 전통改善の流儀’에 대해 물었다. 개선이라는 개념으로부터 뻗어나오는 여러 키워드를 알아본다. ‘토요타 생산 방식(TPS)’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들춰봄으로써 토요타 자동차 주식회사가 가진 힘을 다시금 확인한다. 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 힌트가 됨은 두말 할 것 없다.
 
Q. 토요타라고 하면 ‘개선’이라고 할 정도로 제조업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런 ‘개선’의 원동력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A. ‘개선력’은 토요타의 DNA다. 개선이야말로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토요타에는 ‘창의 고안 제도(創意くふう制度)’라는 것이 있다. 전 직원이 자기 자신의 작업환경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생각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개선을 촉구하는 제도다.
 
업무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형태가 많다. 상명하복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선은 다르다. 현장에서 ‘지금’ 발생한 문제를 위 아래 할 것 없이 공유함으로써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한 번 일어난 일은 가능한 한 빨리 손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따라서 특별한 기술 없이도 필요한 도구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알루미늄이야말로 기업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뛰어난 재질이다.
 
기계장치를 개선하는 것은 전 공정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기계장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제조’를 배울 수 있는 기본이 집약되어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모노즈쿠리를 배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누가 어떤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파악하고 개선 사항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토요타는 현장에서의 의사소통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활발하고 원활한 대화 속에서 모든 지식과 지혜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중요한 지적 재산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TPS는 말에는 ‘토요타 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 이외에도 또다른 의미가 있다. ‘망설이지 말고(ためらわず) 이점이 된다고 생각하면(プラスと思ったら) 곧장 한다(すぐやる)’는 뜻이다. ‘곧장 한다’는 규칙이 생산 라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혁신과 효율성을 촉구한다.
Q.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데에 기계장치를 활용한 개선활동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어떤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A. 현재 세계에서는 정보기술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젊은 사원들은 최신 기술력에 큰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입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자기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기쁨’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제조(모노즈쿠리)’를 체감케 해주고 싶다. 토요타에 입사해도 설계나 조립 등 직접적인 자동차 제조에 참여할 수 있는 부서는 한정되어 있다. ‘모노즈쿠리를 통해 사람에게 가쁨을 주고 있음을 실감키 어려운’ 사람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만든 기계장치를 통해 “현장에서 곤란을 겪던 A의 작업이 개선되어 매우 만족했다”라고 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이를 통해 ‘사람에게 유용한 제조(모노즈쿠리)’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고 그 의미와 기쁨을 스스로 체감함으로써 커다란 과제가 주어지더라도 목표를 잃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개선에 필요한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다.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에 대한 능력을 키우고, 문제를 파악하는 눈과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사고를 키우며,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행력을 기르는 것.
 
Q. ‘개선의 영웅’이라는 별명이 있는 토요타다. 귀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생산설비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A. 이상적인 생산설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설비 혹은 시설은 도구에 불과하다. 제품이 바뀌면 이를 생산하는 도구도 여기에 적응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립생기부의 구성원들은 ‘기계장치(즉, 로우테크)를 통해 단순한 원리를 이해하고 그 목표를 명확히 한 뒤, 이후 로우테크와 하이테크(첨단기술)를 융합해 단순하면서도 가치있는 시설을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설비 혹은 시설의 세계에서는 아직까지 중후장대(철강업이나 중공업 등과 같이 ‘무겁고·두껍고·길고·큰’ 제조업을 일컫는다. 편집자 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가볍고 단순하며 작은 형태의 장비를 만듦으로써 기술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계장치를 통해 습득한 원리를 자동화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제품이 작동하는 원리와 구조에 능통한 이가 첨단기술을 통해 만드는 시설이 이상적인 시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조립생기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없어질 정도의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것이 이상적이다(웃음). 새로운 일과 직업이 태어나고 모노즈쿠리(제조) 분야의 추가적인 개선과 개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Q. 조립생기부 직원들은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는 생산라인에 전반적으로 관여하는 것 같다.
 
A. 회사는 각각의 작업에 따라 다양한 생산기술(생기)을 가지고 있다. 판금 생산기술, 프레스 생산기술, 차체 생산기술, 도장 생산기술 등 여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사람과 제품 그리고 부품이 한데 모여있는 노동집약형 생산현장이 우리(토요타)가 소속되어있는 조립생기부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차종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도 부품도 기술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야 한다.
 
Q. 최근 SUS의 알루미늄 구조재 도입을 추진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A. 리먼 쇼크가 큰 계기가 되었다. 이전까지는 효율이라는 목적하에 무엇이든 자동화하는 풍조가 있었다. 노동집약적인 분야인만큼 자동화에 대한 초조함이나 조바심이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 결과 자동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 라인 설비 및 시설 구축에 큰 비용을 투자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중후장대 설비는 장비 전환도 힘들뿐더러 고장이 나더라도 스스로 고칠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생기부 직원이 시설을 외주하고 있었다. 따라서 현장에 있는 기구나 도구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았으며, ‘이렇게 하면 비용을 낮추고 가공이 쉬워진다’ 따위의 조언도 할 수 없는 형국이었다. 독자적으로 도구나 기구를 만들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이를 위해 시설의 내제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작업 초반에는 철관을 사용했다. 하지만 기계장치와 같은 운동을 하는 설비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무렵 다카오카공장에서 만들어진 ‘필살! 나뭇잎 떨구기(나뭇잎이 떨어지듯 좌우로 번갈아가며 옆으로 미끄러지듯 강하하는 비행 기술)’라는 기계장치가 회사 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쓰인 것이 SUS사의 알루미늄파이프 구조재 GF였다. 소문을 우연히 듣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결과 ‘이것이라면 계획했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 무렵이 2009년이었다.
 
그로부터 1~2년 뒤에는 자력으로 여러 제품을 만들어 회사에 있는 DR(디자인 리뷰. 개발한 결과물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하고 일종의 심사를 받는 것. 편집자 주)에 출품했다. 이때 다른 지점에서 온 개선담당자가 알루미늄 파이프 구조재 GF를 실제로 보고 이를 각 지역의 공장에 전파함으로써 파이프 구조재가 널리 퍼졌다.
 
Q. 기계장치를 활용한 개선사례를 든다면.
 
A. 자동차 조립은 사람을 중심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정이다. 공정 중에는 무거운 부품 등으로 인해 작업자의 몸에 큰 무리가 생기거나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작업도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헤비 WO 로테이션’은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전달하는 작업을 1개의 모터(신축 스윙 암)만으로도 부드럽게 자동화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작업자가 호이스트(전동기, 감속 장치, 와인딩 드럼 등을 일체로 통합시킨 소형의 감아올리기 기계-권상기-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출처 건축용어사전)를 사용해 물체를 집은 뒤 다음 지점으로 이동시켜 부가가치를 제공함과 동시에 차량까지 운반하는 공정이었다. 이 중 ‘들어서 옮기는’ 동작은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했으며, 그렇다고 딱히 생략하거나 없앨 수 있는 종류의 일도 아니다. 생기부 사람들은 이를 ‘부수작업’이라고 부른다. 이 작업을 생략할 수 있다면 생산현장 내에서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생기부의 생각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게가 큰 물건을 옮기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동력(모터 1개)만을 사용해 기계장치의 작동원리를 파악하고, 이를 구현하는 장치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모터의 힘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것은 간단하지만, 최소한의 동력만으로 제 무게를 버티며 이동하는 구조를 고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얻은 기술력, 의사소통능력, 스스로가 어렵게 습득한 지식은 큰 재산이다. 아직 생산라인에 즉시 도입할 수 있을 수준은 아니지만 제작자(개선사례 담당자는 야마모토 나오키)는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1개의 모터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어 의미 있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Q. 높은 수준의 기계장치를 제작하면 알루미늄 구조재에 대한 요구나 필요성이 생길지.
 
A. 최근 내하중(耐荷重)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높은 강도를 원하는 경우 철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헤비 WO 로테이션’의 경우 재료를 전부 알루미늄 재질로 교체할 수 있었다면 좀 더 빠르게 조립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철을 사용하면 철을 용접하는 데에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린다.
 
기계장치에 대해서는 작업자가 ‘스스로 생각해 현장에서 간단하게 만들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면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철과 같은 강도를 가진 알루미늄 프레임이 더욱 많이 개발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오히려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새로운 공장의 라인 설비에 GF를 대량 도입했을 때, 차체가 찢어진 것처럼 깨어지고 사이가 벌어진 것. 평소에 GF를 자주 사용하고 강도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 보았다면 ‘이런 식으로 사용하니 부서지지’ 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장비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그 판단이 어렵게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강도가 견디지 못한다’는 한계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해설 자료나 경험 등 공부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으면 한다.
 
강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한 알루미늄 프레임이 등장하면 기존 재질인 철을 조금씩 대체하고자 한다. 알루미늄 구조재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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