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이더넷 列國志
산업용 이더넷 列國志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7.10.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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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패권을 잡아라

 
산업용 이더넷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 몰아치는 혁신의 바람 때문이다.

작금의 산업 현장에 몰아친 혁신 요구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증기기관이 최초의 산업혁명을 촉발시키고, 이후 전기·컴퓨터 같은 기술의 등장이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산업혁명을 이뤄냈던 것과 다르게 4차 산업혁명이라고 표현되는 오늘날 혁신 배경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것에 있지 않다.

오늘날의 혁신 동력은 기존에 등장했던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각 부분을 더 긴밀하게 연결시킴으로써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산업용 이더넷이 떠오르는 배경은 바로 이 부분이다.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부분들을 연결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알지 못했던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려는 움직임이 바로 오늘날의 혁신으로,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연결되어 끊임없이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군웅할거, 춘추전국의 시대
이더넷은 고대역폭으로 고속 통신과 다기능 구현에 유리할 뿐 아니라 범용적 성격을 지녀 호환성이 뛰어나며, 비용효율적인 성격도 갖고 있다. 또 응용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대응도 용이하다. 이러한 장점들이 산업계에서도 이더넷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HMS인더스트리얼네트웍스의 조사에 따르면, 산업용 이더넷은 이미 기존의 필드버스 프로토콜을 넘어서 시장의 과반 점유에 성공했다. 이는 산업 네트워크의 완연한 대세로서 이더넷의 자리매김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연결은 지금 막 튀어나온 기술은 아니며, 이더넷 역시 마찬가지다. 이더넷이 등장한 지는 꽤 오래 전이지만, 과거의 이더넷은 산업에서 요구되는 시간 결정성Time Determinative, 토폴로지 등에 약점이 존재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기본적인 장비간 연결을 구현하기 위해 이더넷이 아닌 프로피버스, 모드버스, CAN과 같이 필드버스라고 불리우는 프로토콜을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다.

산업계에서 이더넷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산업용 연결에서도 다양한 기능과 더 향상된 고속 전송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부터이다. 이러한 시장 요구에 응답해 일반적 이더넷의 취약점(시간결정성 등)을 해소시킨 특별한 산업용 이더넷 기술이 등장하여 저마다의 특징을 내세우면서 산업 네트워크의 한 켠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각 국가별/회사별로 독자적인 표준 기술을 발표하면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30여개 이상의 산업용 이더넷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알려지는데, 이는 마치 중원의 패권을 놓고 쟁쟁한 영웅호걸들이 할거하던 춘추전국 시대와 같다.

이들 중 수많은 산업용 이더넷 기술 중 기술의 완성도, 시장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눈여겨 볼 프로토콜은 대략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PROFINET, CC-Link, EtherNet/IP, EtherCAT, POWERLINK 등이 바로 산업용 이더넷 시장의 춘추오패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국내 기업(LS산전)이 개발한 산업용 이더넷 표준인 RAPIEnet도 관심을 모은다. 우리나라 국가기술표준원은 현재 CC-Link/IE, EtherCAT, EtherNet/IP, POWERLINK, PROFINET, 그리고 RAPIEnet에 KS인증을 부여했다.

앞선 시장 장악력, PROFINET
강한 힘을 가졌지만 누구도 왕을 자처하지는 못했던 춘추오패처럼 산업용 이더넷의 주요 프로토콜들도 어느 하나의 기술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윈도우와 인텔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면서 사실상의 표준 역할을 했던 PC 시장과 달리 각 산업용 이더넷 기술들은 절대적 강자없는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

▲ PROFINET of Things!
하지만 최근에는 PROFINET이 점유율 측면에서 조금씩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드버스 시장의 강자였던 프로피버스의 저력이 프로피버스를 잇는 산업용 이더넷 표준인 PROFINET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결과다.

한국프로피버스/프로피넷협회 차영식 협회장은 “다른 표준들이 개발 벤더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반면, PROFINET 벤더 독립적인 개방성을 갖춰 가장 많은 지원 벤더와 제품을 갖고 있다”면서 “수많은 노드 수만큼 많은 경험치가 축적되어 있는 장점도 지닌다”고 자신했다.

PROFINET의 슬로건은 ‘PROFINET of things’이다. IoT처럼 모든 산업의 모든 구성요소를 PROFINET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별도의 장치 추가 없이도 모션컨트롤과 공장자동화Factory Automation에서부터 플랜트자동화Plant Automation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적 요건을 단일 케이블로 만족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PROFINET에 대한 TSN 통합 작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등 기술적 완성도를 계속 높여나가고 있다.

한국프로피버스/프로피넷협회는 글로벌 성장세를 한국 시장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PROFINET 교육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시장에 등장한 PROFINET 교육 툴을 활용해 심도 있는 PROFINET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성장세에 한층 불을 당기겠다는 것이다.

차영식 협회장은 “국내에서도 IoT, 인더스트리 4.0의 기반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면서 “단일 백본으로 스마트 공장의 모든 부분을 관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PROFINET이 보다 미래지향적인 산업용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보다 강화된 비용효율성 제공, CC-Link
산업용 이더넷 기술들의 큰 기술적 개선 사항은 이제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각 산업용 이더넷 기술들이 이제 성숙기에 접어든 것이 그 배경이다. 이러한 가운데 CC-Link IE 필드 베이직CC-LinkIndustrial Ethernet Field Basic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 CC-Link IE 구성도
이 기술은 소규모 장치에서 낮은 비용으로 쉽고 빠르게 네트워크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설계됐다. 기존 CC-Link의 표준 사양을 크게 낮춰 리소스가 적은 다양한 엣지 기기에도 손쉽게 CC-Link 기반 통신 기능을 탑재하고, 연결을 위한 비용 부담을 낮춘다는 게 특징이다.

일례로 기존 CC-Link IE 필드가 1Gbps의 고속 통신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CC-Link IE 필드베이직은 최대 100Mbps까지 지원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드웨어 ASIC으로 기기에 탑재돼야 하는 CC-Link IE 필드와 달리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실장될 수 있어 공간상의 제약을 제거하고, 보다 간편한 구성으로 장치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한다.

설명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기반의 간단한 구성으로 장치를 개발할 때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이 CC-Link IE 필드베이직의 가장 큰 이점이다. 이에 더해 여러 네트워크 환경이 혼재된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소형장치를 기반으로 하며, 다양한 프로토콜을 활용하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을 확산시키는 견인차로 기대된다.

IIoT 환경에서 낮은 비용으로, 소형 장치의 긴밀한 연결을 제공하는 CC-Link IE 필드 베이직을 선보임으로써 CC-Link IE는 디바이스 레벨부터 정보 시스템 레벨까지 시스템 전체의 통합적인 연결과 대용량 메시지 통신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IIoT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CC-Link의 확산에 날개를 달겠다는 것이 CLPACC-Link Partner Association의 생각이다.

100% 오픈으로 날개를 편다, POWERLINK

 
POWERLINK는 완전한 개방성이 장점이다. POWERLINK의 표준화를 담당하는 EPSGEthernet POWERLINK Standardization Group는 관련 기술을 100% 오픈소스로 공개해 더 많은 기업이 손쉽게 POWERLINK 기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재훈 한국EPSG 사무국장은 “100% 오픈소스로 제공되는 POWERLINK는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라며 “선순환되는 풍성한 생태계를 구현하면 자연스러운 확산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한국EPSG의 활동은 국내 실정에 맞는 오프소스 생태계와 비즈니스 모델 구축 지원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국EPSG는 오는 10월 오픈 IIoT 이노베이션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개방형 프로토콜과 솔루션으로 혁신을 이뤄낸 사례를 전파하는 자리로, 오픈 POWERLINK를 기초로 스마트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위한 아이디어와 기술·경험을 고객사와 파트너사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개방형 프로토콜이라는 장점 외에도 POWERLINK는 간편한 사용과 직관적인 정의라는 특징이 있다. COECAN Over Ethernet 방식으로 CAN의 장점을 이더넷에 통합시켜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다. 또 POWERLINK는 컨트롤 레벨과 프로세스 레벨을 모두 포괄할 수 있으며, 하나의 마스터에 239개의 슬레이브를 연결할하고, 각 슬레이브를 서브 마스터로 설정할 수 있어 무한대의 확장도 가능하다.

다른 한편, POWERLINK는 IEEE 802.3 표준을 그대로 준수하고 있는데, 이에 힘입어 최근에는 산업용 이더넷 기술 중 최초로 IEEE 61159 표준으로 공인받기도 했다.

모션컨트롤 영역 석권, EtherCAT
모션컨트롤 분야에서 가장 빛나는 프로토콜은 EtherCAT이다. 2003년 처음으로 소개된 EtherCAT은 컴팩트한 구성에 힘입어 빠르고 정교한 통신이 요구되는 모션컨트롤 영역을 석권하고 있다.

IEEE 802.3 표준을 준수하는 산업용 이더넷 네트워크로, 높은 성능과 유연한 네트워크 토폴로지, 경제성과 사용자 편의성 등이 EtherCAT의 장점이다. 또 표준화된 개방형 기술이므로, 누구든 자유롭게 EtherCAT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경제성도 우수하다. 컴팩트한 구성을 갖고 있기에 고성능 기반의 디바이스가 뒷받침되지 않아도 되며, 마스터 디바이스와 슬레이이브 디바이스에서도 특별한 인터페이스 카드를 요구하지 않아 다양한 공급자들로부터 비용효율적인 장치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더해 65,535개의 디바이스를 연결할 수 있는 구성의 유연성, 제한없는 네트워크 토폴로지 등도 EtherCAT의 강점이다. 마스터-슬레이브는 물론 마스터-마스터, 슬레이브-슬레이브 통신을 지원하고, 하위 필드버스들의 통합도 가능하다.

ETGEtherCAT Technology Group 측은 “이더넷 기반에 검증된 필드버스의 신뢰성을 더한 설계로 기존 투자를 최대한 보호한다”면서 “가볍고 빠른 EtherCAT은 인더스트리 4.0 개념의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이미 준비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국산 네트워크 기술의 자존심, RAPIEnet
LS산전이 개발하여 2010년 국제전기표준회의IEC 표준으로 등록된 RAPIEnet은 국내 스마트 팩토리의 확산에 발맞춰 보다 공격적인 활동이 기대된다. 개발사인 LS산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비용이 저렴한 자사의 필드버스인 R-net에 대한 산업현장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산업용 이더넷에 대한 인식의 제고로 RAPIEnet으로의 이전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LS산전 전력전자연구소의 권대현 책임연구원은 “1Gbps 전용 SoC를 담은 RAPIEnet 2.0 규격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과 스마트시장 표준 기술 경쟁에 대비할 계획”이라며 “통신 프로토콜을 개방하여 국내 기업, 기관과 동반 성장하는 확산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가 추진하여 10월 오픈하는 스마트팩토리 데모 공장 구성도
RAPIEnet의 출발은 늦은 편이지만, 한 번 바람이 일어나면 빠르게 확산되는 국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기회는 충분하다. 10월 정부의 스마트공장 데모공장 오픈도 RAPIEnet 측이 기대하는 호재 중 하나다. 데모공장을 통하여 호환성과 안정성을 입증함으로써 미지에서 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LS산전은 10여개사와 RAPIEnet 적용을 진행하면서 시장 확산의 교두보를 밟아 나가고 있기도 하다.

기술적으로도 RAPIEnet은 여느 프로토콜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자랑한다. 50ns 이내의 시간 동기화, 4ms 이내 전환 시간은 물론 초기부터 듀얼 포트 이더넷 구조로 설계되어 별도의 외부 스위치 없이도 자유로운 링 구성이 가능하며, IEC 62439-7로 공인된 고가용성High-Availability 기능도 제공한다. 나아가 LS산전은 NGP A/5/7 SoC를 기반으로 한 성능 확장에도 나서 기존보다 5배 향상된 1Gbps의 처리 성능을 약속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팩토리의 확산과 함께 RAPIEnet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이다.

OCP-UA로 통합
상위 레벨에서는 OPC-UA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많은 규격의 혼재로 인해 발생하던 문제를 OPC UA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에 대부분의 벤더가 합의하고 공동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OPC-UA는 다양한 프로토콜 간 언어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나 임베디드 디바이스를 가리지 않고 모든 시스템 및 디바이스 간 원활한 데이터 흐름을 가능하게 한다.

10월 공개되는 스마트팩토리 데모공장에서도 OPC-UA가 개별 프로토콜간 호환성을 확보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지난 3월 진행된 오토메이션월드 2017에서도 OPC-UA 기반의 호환성 시연이 진행되는 등 제조 현장과 엔터프라이즈 레벨, OT와 IT를 잇는 가교로 OPC-UA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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