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코끼리는 누구인가?
방 안의 코끼리는 누구인가?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7.10.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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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봇Cobot이라고 불리는 협동로봇이 각광받고 있다. 2015년 1억달러였던 코봇 시장이 2020년에 약 30억달러까지 성장한다는 예측까지 나올 정도이다. 코봇이 각광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미래 제조로 불리는 인더스트리 4.0과 코봇은 어떤 접점을 갖는가? 글로벌 코봇 기업 유니버설로봇이 ‘인더스트리 4.0에서 코봇의 역할’이라는 백서를 발표했다.

이 백서는 유니버설로봇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에스벤 오스터가드Esben H. Østergaard가 저술한 것으로, 여기에서 오스터가드 CTO는 코봇을 ‘인간 근로자의 대체 기기가 아닌 운용자에게 도구로 사용되는 로봇’으로 정의한다. 코봇과 사람이 협동하여 할당된 작업을 완료하는 협동이 코봇의 주된 영역이라는 설명으로, 코봇이라는 용어 자체가 협업Collaboration과 로봇Robot에서 파생된 것이기도 하다.

자동화의 민주화
이렇듯 인간과의 협동을 중심에 둔 코봇은 ‘자동화의 민주화’를 견인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해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지 못했던 기업에게 쉽고, 작고, 가벼우면서 저렴하기까지 한 코봇은 중소·영세기업까지 자동화의 이점을 맛볼 수 있게 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또한 코봇은 다기능, 사용자 친화성, 작은 설치 면적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기존에는 자동화될 수 없었던 공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의 규모나 공정상의 제약을 탈피하게 함으로써 자동화를 확산시키는 동력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코봇은 서로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서로 다른 국가의, 서로 다른 사람이 다양한 예산과 프로그래밍 기술을 사용해 서로 다른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게 하는 ‘자동화의 민주화’를 이뤄내는 동력이다.

그렇다면 미래 제조인 인더스트리 4.0과 코봇의 접점은 무엇인가?
기기로써의 코봇은 인더스트리 4.0의 원칙을 완벽하게 준수한다. 일반적으로 코봇은 강력한 내장 컴퓨터로 상호 운용이 가능하며, 모든 공장 환경의 IoT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또 분석이나 모델링 등을 위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른 시스템에 전달할 수 있어 정보 투명성에 기여한다. 이는 인더스트리 4.0에 부합하는 특징들이다.

나아가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와 자체 프로그래밍으로 진화하는 디지털 제품이라는 점은 코봇을 전형적인 인더스트리 4.0 제품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에 더해 시간 단위의 코봇 대여 서비스를 전개하는 하이어보틱스Hirebotics가 보여주듯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XaaS)까지도 지원한다.

방 안의 코끼리
하지만 모두 알지만 말하지 않고 있는 ‘방 안의 코끼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더스트리의 궁극적 목표인 불 꺼진Light-out 공장에 코봇이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의 공장은 완전히 자동화되어 현장에 인간 존재가 필요 없는 공장이다. 이미 네덜란드의 필립스 전기면도기 공장에서는 인간 근로자 없는 제조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의 사람은 공정 마지막에 배치한 9명의 QA 전문요원이 전부이다.

반면, 협동을 전제로 하는 코봇에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인간과 함께 작업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 문제를 살펴보아야 인더스트리 4.0이 할 수 없는 것에서 어떤 것을 코봇이 하는지, 매혹적인 개념으로 인해 종종 간과되는 인더스트리 4.0의 한계를 알 수 있다.

▲ 인간과의 협업을 전제로 하는 코봇은 완전 자동화의 개념인 불꺼진 공장과 상반된다.
로봇은 바보다
코봇을 비롯한 로봇은 바보다. 명령을 따르고 데이터를 생성할 뿐 공정에 대한 어떤 지식도 갖추고 있지 않으며, 고객 지식도 없다. 경험도 전혀 없다. 인간의 지시 이상의 그 무엇도 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바보다.
반면 사람은 로봇이 할 수 없다고 언급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 근로자와 로봇이 협동하는 환경이 로봇으로 인간을 대체하는 환경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지식 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불이 꺼진 공장의 시스템은 외부 컨설턴트가 설계하고, 감시하게 된다.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 관리가 외부자에게 위탁된다면, 제조에 대한 인간 지식도 잃게 된다. 오늘날 제조 산업에서 저비용의 노동에 맞서는 경쟁력인 공정 지식 가용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반면 공장 현장에서 프로그램되고, 구성되고, 제어되는 코봇 환경은 자동화 공정에 대한 소유권과 그 공정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가치 있는 지식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하여 운용 민첩성과 유연성이 향상되고 공정 지식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미래는 협동이다. 코봇은 로봇 자동화의 진화 과정에서 등장했으며, 로봇 자동화에서 많은 지식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인더스트리 4.0과 코봇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코봇은 인간을 배제하는 완전 자동화와는 다른 원칙을 갖고 있다. 이에 유니버설로봇은 인간과 로봇이 협동하는 미래를 인더스트리 5.0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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