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4.0, 어디까지 왔니?
인더스트리 4.0, 어디까지 왔니?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8.08.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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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 표준화 상용화 프로세스 정립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제조 혁신의 논의를 전세계적 화두로 끌어올린 것은 바로 독일이다. 2000년대 중반 발생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면서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체감한 독일 정부가 제조 강국의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하여 ‘인더스트리 4.0’이란 이름의 전략을 추진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이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중국이 ‘제조 2025’이라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제조 산업의 혁신 경쟁이 불붙었다.

 

스마트한 제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하여 독일의 첫 번째 출발점은 바로 표준화다. 표준화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결과라도 개별적 사례로 국한될 뿐 확산이 어렵다. 연구결과를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바로 표준화다. 독일은 2015년 새롭게 발표한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이니셔티브에 기반한 인더스트리 4.0 표준화위원회를 발족하고, 생산 디지털화와 스마트팩토리의 보편적 확산에 나서고 있다.

독일의 주요 산업협회(BITKOM, VDMA, ZVEI)와 표준화기관(DIN, DKE)의 컨소시엄이 주축이 되어 발족된 인더스트리 4.0 표준화위원회의 활동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Standard Roadmap(Normungs-Roadmap)의 발간이다. 로드맵에서는 기존의 산업자동화 관련 표준화는 물론 새롭게 제시되는 표준화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시에 향후 인더스트리 4.0 표준화 시스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Standard Roadmap을 잠시 살피면, 인더스트리 4.0 기술 적용 참조 모델로 RAMI(Reference Architecture Model for Industrie 4.0)를 제시한다. RAMI는 3차원적 해석을 통해 인더스트리 4.0 관련 기술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의한 것으로, 기존 생산 자동화 관련 표준인 IEC 62264·IEC 61512(물리적 자산/설비)과 IEC 62890(통합 가치사슬)에 네트워크(Connected World)와 IoT·센서 등 Field Device를 더해 인더스트리 4.0의 범위로 확장시킨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과 함께 2015년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처음 발표된 RAMI 4.0은 DIN 규격 중 프로젝트 기반 규격인 DIN SPEC 91345로 등록돼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표준화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국가간 양자 협력으로 한국을 비롯하여 프랑스·이탈리아·중국·일본·미국 등과 논의를 진행했으며, IEC·ISO의 국제 표준화 관련 기관과도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개발부터 표준화·상용화까지
기술개발과 표준화에 이어서는 상용화가 이뤄져야 한다. BAYER, BASF를 비롯한 독일 기업들은 산학협력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더스트리 4.0 기술의 상용화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2013년부터 기업-연구기관-협회간 협업으로 인더스트리 4.0 환경에 적용 가능한 모듈화 기반 생산기술 표준화를 제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화학/제약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화 기계/설비 기업들도 연합(smartFactory KL)하여 인더스트리 4.0에 적합한 생산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모듈 시스템을 기반으로 빠른 스마트팩토리 보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모듈화란, 다양한 제조사와 기술 특성을 가지며, 공정공학적(process engineering) 기능으로 정의되는 각 모듈을 기반으로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독일의 화학/제약 기업 연합이 모듈화를 통한 자동화 기술 요구조건의 표준화 제안(NAMUR Recommendation, NE 148)을 정식 표준으로 채택시키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으로, 올 연말까지 독일 내 규격화(독일엔지니어협회/VDI 규격)를 완료하고, IEC에서 3~5년 내 국제규격으로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순환 생태계 조성
지속적 발전을 위한 토대는 풍성한 생태계이다. 특히 스타트업은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활력소로 풍성한 생태계를 이루는 힘이다. 이와 관련 산학협력으로만 구성되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협업 기반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it’s OWL 프로젝트를 주목할 만하다. 실제 It’s OWL 클러스터에서는 산학연 협업으로 46개 프로젝트 전부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술이전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인더스트리 4.0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다.

Beckhoff(제어기술), Harting(로보틱스), Weidmuller(공정모니터링/산업분석), KEB(스마트드라이브시스템), Lenze(스마트제어·드라이브시스템), Phoenix Contact(데이터전송) 등의 제조기술·기기 생산업체들은 현지 기업 및 연구기관 등과 협업해 중소기업에 적용 가능한 스마트 생산 플랫폼을 연구개발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에 기술이전을 진행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AXOOM, relayr과 같은 기업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및 맞춤형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It’s OWL 클러스터의 Gunter Korder 최고운영이사는 “인더스트리 4.0의 성공을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로, 산학연의 협업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상호성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더스트리 4.0, 새로운 시대를 열다
인더스트리 4.0은 2007년부터 정체 수준에 머물고 있는 노동생산성을 극적으로 개선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DZ Bank,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는 산업분야 전반에 걸쳐 인더스트리 4.0이 연평균 0.9%의 생산성 증가 효과를 일으켜 2025년에는 2013년에 비해 11.5%가 개선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는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된다. BITKOM와 CXP는 인더스트리 4.0과 관련된 서비스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의 매출이 2년 내 48%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으며, 독일정보통신협회와 프라운호퍼 산업엔지니어링 연구소는 인더스트리 4.0과 직접 연관된 정보통신기술과 기계설비 분야의 부가가치 총계가 2025년 각각 1077억 유로와 998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더스트리 4.0은 탄소배출 등 전 세계적인 난제 해결에도 일조할 수 있다. 독일의 산업계는 탄소배출, 자원 및 에너지 절감 등 유럽권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제에 대해 인더스트리 4.0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이 가능하다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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