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층제조의 혁신: 사람 폐 닮은 발전소용 열교환기
적층제조의 혁신: 사람 폐 닮은 발전소용 열교환기
  • 최광열 기자
  • 승인 2019.07.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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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GE코리아, 정리: 최광열 기자

 

GE리서치 연구원 댄 에르노와 빌 게슬러가 설계하고 적층제조 기술로 만든 열교환기의 프로토타입. 이 제품은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람의 폐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1884년 찰스 파슨스(Charles Parsons)가 발명한 증기 터빈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135년이 지난 현재에도 발전소에서는 여전히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을 생산하고 있다. 이제 이 기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할 때가 됐다.

기술이 발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인체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다. GE리서치의 피터 드복(Peter deBock)과 동료 연구원들은 바로 그런 방식으로 도전했다. 엔지니어들은 발전용 터빈의 냉각시스템에서 핵심 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인 열교환기를 고안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 몸의 폐 기능을 모방한 것이다.

발전소에서 열교환기는 1차 가스터빈에서 배출되는 고온의 가스가 가진 열에너지를 2차 터빈 루프, 즉 하부 사이클(bottoming cycle)로 전달하여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의 부동액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작동유체’를 이용하여, 1차 가스터빈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냉각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하부 사이클은 증기를 작동유체로 사용한다. 하지만, 기존의 합금 기술과 제조 기술의 한계 때문에 동작 온도는 1,200°F(약 650°C) 미만으로 제한된다.

GE리서치 연구자들은 다른 해결책을 모색했다. 다른 종류의 합금을 사용하여, 적층제조(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열교환기를 고안했고, 하부 사이클용 작동유체를 변경하여 동작 온도를 높이고, 열효율을 향상시키려고 했다. 고온 및 고압을 견딜 수 있다면 작은 영역에 더 강력한 힘을 전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작동유체의 후보 중 하나는 탄산음료 생산에 사용하는 가스인 초임계 이산화탄소가 있다. 온도와 압력이 적정 조건에 도달하면 이산화탄소는 초임계 상태가 된다. 즉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액체의 밀도를 가지지만, 기체처럼 거동을 하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를 담을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작동유체로 사용하면, 증기를 사용하는 발전기보다 크기는 1/10로 소형화되고, 효율적이며 필요한 부품의 개수도 더 적어진다. (GE리서치는 사우스웨스트연구소와 협업으로 미국 가스기술연구소 주관하는 10메가와트(MWe) 전력을 생산하는 이산화탄소 시범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중이다)

고온 금속 재료, 열관리 및 적층제조에 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한 GE리서치의 수석 엔지니어이자 금속공학자인 로라 다이얼과 열관리 수석 엔지니어인 피터 드복은 발전 분야와 첨단의 항공우주 응용 분야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초고성능 열교환기를 설계한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미국 에너지국의 첨단연구조직인 ARPA-E의 최우선 연구과제이다. 최근 ARPA-E는 새로운 종류의 열교환기 개발을 요청했다. 새로운 열교환기는 첨단 발전소에서 증기를 사용하는 열교환기보다 동작 온도는 450°F 이상 높은 1,650°F(약 900°C)를 견뎌야 하고, 압력은 3,600psi (약 245 기압) 이상에서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해수면 대기압은 14.69 psi, 1기압)

이러한 요구 사항을 들은 드복과 동료들은 GE리서치에서 연구중인 “극한 설계 기술과 극한금속공학 기술”이라는 두 가지 연구 과제를 떠올렸다.

금속공학팀 수석연구원인 로라 다이얼은 제트엔진 부품에 사용할 최첨단 니켈 초합금을 개발하는 중이었다. 이 초합금은 극한의 온도에서도 충분한 강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적층제조 방식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3D 프린팅 기술은 부품을 훨씬 복잡한 형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드복은 “적층제조 기술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설계 아키텍처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3D 프린팅은 초고온, 초고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열교환기를 설계하는 근본적인 접근법을 새로 제시했다. 드복의 팀은 사람의 폐에서 영감을 얻었는 데, 사람의 폐는 약 36.5도로 체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폐는 궁극적인 열교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복의 설명이다.

폐는 모세혈관의 망을 통해 열교환 기능을 수행한다. 즉, 혈액의 흐름을 작은 흐름으로 나누어 외부에서 유입되는 차가운 공기에 노출을 극대화하여 열은 방출하고 산소는 흡수하는 것이다. GE 엔지니어인 댄 에르노가 설계한 GE의 열교환기는 이와 비슷하다.

즉,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뜨거운 가스의 흐름을 반복적으로 분할하고 재결합하는 것이다. 열교환기는 직경 2.5 밀리미터 이하의 관(Duct)이 세 방향으로 나뉘어 연결되어 있는데, 차가운 작동유체(초임계 이산화탄소)가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또 다른 관과 교차한다. 뜨거운 공기와 작동유체는 물리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열교환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얽힌 흐름은 우수한 열전달 성능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4월에 ARPA-E는 GE의 혁신적인 설계에 기반한 50킬로와트 데모용 열교환기 개발 프로젝트에 2년 반 동안 25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재료의 성능을 장기간 시험하고 검증하기 위해, 부식과학 분야의 전문기관인 오크리지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와 열교환기 설계 및 최적화의 전문기관인 메릴랜드 대학교가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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