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변해야 산다”
“한국 제조업, 변해야 산다”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7.01.16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채성 건국대학교 교수(한국인더스트리4.0협회장)

 
임채성 교수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사회·문화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IT 기술 융합이 이뤄지면서 제조업은 새로운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더욱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의 분기점에서 우리나라 제조산업이 처한 현실은 무겁다. 독일·미국 등 제조 선진국은 IT 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거리를 더 벌리고 있는 가운데 제조 2025’를 내세운 중국도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 혁신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늦어도 너무 늦다고 지적되고 있다.
임채성 교수는 “우리나라 제조업에 대한 우려가 높다”면서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의지 뿐 아니라 변화에 필요성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높아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과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는 함께 국내 기업 혁신담당자 409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4차 산업혁명 대응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임채성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를 2016년 11월 30일 개최된 ‘2016 제9회 대한민국 제조혁신 컨퍼런스’에서 현장에서 직접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약 90%)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디지털화가 향후 5년간 10% 이상의 기업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답할 정도로 제조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투자 의향에 있어서도 ‘매출의 2~3%를 투자하겠다’는 응답이 28.2%로 나타난 가운데 ‘매출의 4%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응답도 약 40%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이는 스마트 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에 속도를 더하고 있는 독일과 유사한 수치로 투자에 대한 의지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제조혁신 투자에 대한 체감도는 낮은 편이며, 실제 투자 자체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불확실성과 중복/과잉투자(41.7%), 기업 내부 역량 부족(30.9%), 요구 기술의 낮은 성숙도(29.3%)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투자의향도 갖고 있지만,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벽으로 인해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임 교수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이를 실행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빠른 혁신이 이뤄지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변화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결코 담보할 수 없게 된다. 변화의 두려움을 깨고 혁신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임채성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MSD | 실태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임 교수 |
우리나라 기업이 새로운 제조 혁신의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제조업의 미래가 IT 융합에 있으며, 이를 성공시킨다면 더 높은 성장이 가능함을 인지하고 있다. 더불어 충분한 투자 의지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과 의지를 갖고 있지만, 실질적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제조 혁신이라는 아젠다 대응에 큰 어려움에 갖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MSD | 혁신 필요성에 대한 인식만큼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임 교수 |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기술 미성숙, 내부 역량 부족 등 다양한 현실적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량 기업의 공동 대응,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등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 특히 전략적 로드맵 아래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의 정부 정책을 살피면, 제조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이 거의 전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독일·미국 등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지하고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집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은 더욱 크다.

MSD | 정부 외에 기업 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부분은.
임 교수 |
협업의 증대다. 우리나라 기업 문화는 협업에 인색한 폐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제조 혁신은 단순히 제조 공정의 혁신 뿐 아니라 가치사슬의 수직적/수평적 통합이 이뤄지는 비즈니스 혁신으로도 볼 수 있다. 단일 기업이 이에 대처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로, 열린 협업을 통한 기업 공동의 대응이 요구된다.
이는 또한 내부 역량 부족이라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산·학·연이 함께 고민하면서 효율적인 공동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등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MSD | 설문조사를 보면, 불확실성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힌다.
임 교수 |
그렇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은 기업이 더 적극적인 혁신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에 주저해서는 기업의 미래가 없음을 더 절실하게 인지해야 한다.
혁신을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화인데, 이는 제조산업에서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이다. 기존과 다른 소프트웨어 중심, 데이터 중심으로의 비즈니스 변화는 누구도 익숙하지 않은 미개척지인데, ROI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저한다면 결코 이 길을 걸을 수 없다.
하나의 혁신 프로젝트가 실패한다면, 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 이 때의 실패는 단순히 투자 비용 낭비가 아니라 진화와 성장을 위한 투자 중 하나임을 인지해 ROI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패스트 페일’은 단순한 실패가 아닌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