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모터 산업 키운다?
미세먼지가 모터 산업 키운다?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9.03.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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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의 부상으로 모터 시장 확대
BLDC·인버터 모터 인기

미세먼지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겨울부터 한반도에 불어온 미세먼지는 ‘3일 추우면 4일은 따듯하다’고 해 붙여졌던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말을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의미의 삼한사미(三寒四微)로 둔갑시킬 정도로 기승을 부렸다. 실제로 2019년 1~2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37㎍/㎥를 기록했으며, 일시적으로 129㎍/㎥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봄의 훈풍에 대한 설레임 역시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와 함께 사라졌다. 지난 3월,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정도로 극심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뒤덮은 것. 이에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안전관리기본법이 3월 1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미세먼지는 태풍이나 홍수, 지진과 같이  법률상 재난의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미세먼지는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미세먼지란, 입자의 지름이 10㎛(PM10) 미만의 아주 작은 먼지를 말하며, 2.5㎛ 미만(PM2.5)은 초미세먼지로 다시 구분된다. 10㎛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5~1/7에 불과한 수치로, 입자의 크기가 작아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 속으로 스며들어 염증과 호흡기·심혈관계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연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으며,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Group 1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Group 1은 석면과 같이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을 말한다.

미세먼지가 길을 열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공기정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급부상시키고 있다. 공기정화의 대표 제품인 공기청정기의 경우, 황사가 극심한 봄철이 성수기인 계절성 용품이라는 인식이 짙었다. 하지만 사시사철 미세먼지의 위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기청정기는 계절성 용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공기청정기 출하액은 2012년 2261억원에서 2017년 7056억원으로 성장했다. 연평균 27.6%의 가파른 성장세인데,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더해지면서 수요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가 최근 3년간 가전제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공기청정기는 2017년 전체 가전 제품 중 22위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13위로 뛰어올랐으며, 2019년 1월에는 8위를 기록(1월 20일 기준)하면서 Top 10 가전 제품으로 떠올랐다. 이 기간 공기청정기 매출액은 전년동기에 비해 180% 이상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필수 가전의 범주에 완벽히 자리매김한 에어컨과 김치냉장고의가 각각 78%, 88% 수준의 보급률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계절성 용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공기청정기의 보급률은 46%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성장 잠재력이 더욱 크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공기청정기는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10만원대의 보급형 제품부터 1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하다. 프리미엄 제품의 미세먼지 감지 센서, 공기흐름 제어기술, IoT 기능 등을 논외로 한다면 공기청정기는 모터와 필터가 핵심 기능이기 때문이다. 모터 전문 기업은 국내외에 다수 존재하며,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낼 수 있는 HEPA 필터 제조사도 많다. 또 가구당 1대가 보통인 김치냉장고와 달리 각 방에 놓기 위해 가구당 여러 대가 추가될 수 있다. 

이에 대수 기준으로는 공기청정기는 여느 가전 제품보다 판매량이 많다.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 증가로 인해 판매량으로는 연간 200만대에 달하는 에어컨 시장을 올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정정기 증가 = 모터 수요 증가 
공기정화가 단순한 이슈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부상함에 따라, 모터를 비롯한 관련 산업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이든, 보급형 제품이든 모든 공기청정기에는 기본적으로 모터가 들어간다. 일부 제조 기업들은 모터를 자체 개발하는 기업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전문 모터 기업으로부터 모터를 공급받고 있다. 즉 공기청정기의 확대는 모터의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나아가 공기청정기 시장에서는 저가 모터보더 고가의 프리미엄 모터가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공기청정기의 특성상 저가 제품보다 저소음·저진동 등에서 더 유리한 BLDC 모터,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인버터 모터 등의 수요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고가의 프리미엄 모터를 사용해 쾌적함을 높여야만 한다. 일례로 LG전자의 경우에는 에너지 효율을 2배 더 높인 고효율 ‘스마트 인버터 모터’를 프리미엄급 제품인 ‘LG 퓨리케어 360° 공기청정기’에 탑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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