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 바람, 식품 라인의 변화와 투자를 이끈다 ②
HMR 바람, 식품 라인의 변화와 투자를 이끈다 ②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7.01.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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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자동화를 위한 투자가 이어진다 ⑤ 식품 산업

 
롯데푸드는 롯데마트와 HMR 브랜드인 ‘요리하다’를 2015년 말 선보이면서 HMR 분야에 접근하고 있다. 현재 100여종 이상의 제품을 롯데마트에 PB(Private-Brand products)로 공급하고 있는 롯데푸드는 평택공장 완공(2016년 말) 이후 자체 고유 브랜드(NB : NationalBrand products) ‘쉐푸드’를 통한 시장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평택공장은 2015년 화재로 피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화재로 인한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롯데푸드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평택공장을 면류를 포함한 다양한 간편식 제조에 특화된 HMR 생산기지로 탈바꿈시켰다. 평택공장의 생산 본격화와 함께 롯데푸드는 롯데마트·세븐일레븐 등 롯데그룹이 지닌 강력한 유통력을 바탕으로 HMR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16년 3분기까지 100여억원을 R&D에 투자하는 등 준비를 끝마쳤다.

HMR 설비 투자 경쟁 본격화
SPC삼립(구 삼립식품)은 2016년 원료생산 시설인 ‘종합 식재료 가공센터’를 설립하면서 HMR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종합 식재료 가공센터는 빵, 케이크, 샌드위치 제조에 쓰이는 각종 원료를 생산하는 시설로, 기존 청주공장 내에 연면적 1만6000㎡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2017년 완공될 종합 식재료 가공센터에 약 350억원을 투자하는 SPC삼립은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HMR 시장에 빠르게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예를 들어 3300여 매장을 보유한 SPC그룹 계열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대표적으로, 현재 원재료 채소를 공급받아 매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샐러드를 SPC삼립의 고품질 HMR 샐러드 완제품으로 대체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핫도그·피자·냉동 디저트 등의 HMR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SPC삼립은 종합 식재료 가공센터의 건립 이후 HMR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으로, 그룹 계열사 외에도 다양한 유통채널로 진출해 2020년까지 연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 확대 … 신규 기업 진입 통로
언급된 기업들이 HMR에 특히 공을 들이고,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막강한 유통력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의 대형 마트나 편의점, 프랜차이즈 점포를 통해 소비자가 HMR 제품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시장 진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유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식품기업은 온라인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동원이 대표적이다. 급식·식자재 계열사인 동원홈푸드가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협업해 환자식 HMR 메뉴 공동 개발에 나서면서 시작된 동원의 HMR 진출에서 주목되는 것은 온라인 활용이다.

2016년 3월 HMR 온라인 전문몰인 ‘차림’을 오픈한 동원은 2015년 7월에는 회원수 22만명의 HMR 온라인 전문몰 1위인 ‘더반찬’을 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온라인 유통을 통한 HMR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다. 이의 일환으로 동원은 서울 영등포구 가산동에 최대 1000억원 규모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 HMR 전용 공장을 신설(2017년 2월 완공 예정)하면서 시장 공략에 한층 힘을 싣는 모습이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F&B를 통해 가공 식품 기반의 HMR 시장을 공략하고, 온라인 기반 더반찬과 차림의 동원홈푸드를 통해서는 HMR 신선 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가산동에 건립되는 신설 공장 역시 차림·더반찬의 신선 HMR 통합 공장이다.

온라인 유통의 대두는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출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HMR의 경우, 외식의 가내화가 인기몰이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주문하고,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유통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HMR의 주된 수요층이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라는 점도 온라인 유통 비중을 예상케 한다.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온라인 유통이라는 새로운 통로가 새로운 기업의 식품 시장 진출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음식배달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확장에 나선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외에 배민라이더스·배민프레시·배민쿡 등을 운영하면서 종합 푸드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중 신선식품 배송을 전면에 내세운 배민프레시는 반찬 정기배송업체 ‘더푸드’, 도시락업체 ‘옹가솜씨’, 해독주스 브랜드 ‘츄링’ 등의 인수를 기반으로 3000여개의 HMR을 배송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한때 즉석밥 시장 2위까지 올랐지만, 사업부진으로 CJ제일제당에 즉석밥 생산 설비를 넘겼던 농심도 온라인 유통 결합을 통해 시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티몬과 협력해 NPB(National Private Brand) 상품인 ‘진짜’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온라인 HMR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티몬과 농심의 진짜 시리즈는 ‘진짜 짜장’, ‘진짜 볶음짬뽕 덮밥소스’, ‘진짜 김치제육 덮밥소스’, ‘진짜 소불고기 덮밥소스’, ‘진짜 미트볼’, ‘진짜 사골곰탕’ 등 총 6종으로 구성돼 티몬 슈퍼마트에서만 판매된다. 라면 분야의 강자이지만, 즉석밥이라는 HMR 분야에서 체면을 구긴 농심이 온라인으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경쟁 심화 추세 뚜렷
오리온은 HMR을 통해 식품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오리온의 진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농협과의 협력이다. 오리온이 생산한 HMR 제품을 농협이 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유통을 강화하면서 HMR 시장에 연착륙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오리온은 2016년 7월 농협과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양사 합작법인은 2017년 하반기를 목표로 경남 밀양에 공장 신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밀양 공장이 약 2000억원 규모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 HMR 라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식품 시장에 최초로 HMR을 소개한 기업으로는 오뚜기가 꼽힌다. 1981년 ‘3분 카레’가 바로 국산 HMR의 시초로 볼 수 있는 것. 국산 HMR의 효시를 자부하는 오뚜기도 HMR 붐에 따라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돌판 오븐에서 구운 ‘냉동피자’ 4종을 2016년 4월 출시하고, 개봉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오뚜기죽’ 5종도 6월 선보이면서 HMR 제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오뚜기의 강점은 일반 HMR에서 강력한 입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3분 카레, 3분 짜장 등에서는 독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PB 상품을 내세운 유통사를 비롯해 경쟁사들이 프리미엄 HMR에 집중하는 반면 상온 레토르트 영역에서 대중화된 일반 HMR에서 집중하고 있는 오뚜기는 1인 간편식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어 HMR 시장 확대에 따른 투자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청정원 브랜드로 아침대용식 ‘청정원 정통컵국밥’을 선보인 대상은 가공 간편밥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HMR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컵국밥에 이어 냉동밥 ‘밥물이 다르다’ 시리즈 등을 통해 건강밥으로 포지셔닝하면서 프리미엄 HMR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식품 기업들이 HMR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1990년 9.0%에서 2000년 15.5%, 2010년 23.9%, 2015년 27.2%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34.3%까지 확대된다는 것이 통계청의 전망이다. 맞벌이 가구도 2014년 518만 6000 가구에서 지난해에 520만6000 가구로 지속적인 증가세다. 따라서 간편하게 조리하면서 동시에 맛과 영양까지 만족할 수 있는 HMR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역동의 한 해 … 향후 향배 분기점될 것
국내 식품 시장을 보면 ‘허니버터칩’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짜장과 짬뽕 등으로 이어졌던 히트 제품 릴레이가 중단되면서 2016년은 전체적으로 식품 기업의 시름이 깊어진 한 해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침체를 풀어줄 수 있는 전환점이 절실한 것이다.

식품 업계는 2017년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2017년 식품 시장은 외형상 2016년과 유사한 흐름으로 보이지만, 급성장하는 HMR 시장 경쟁의 향배가 2017년부터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키는 제조 역량이다. 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을 비롯한 제조 역량의 우위 확보가 향후의 시장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제조력 향상은 식품 기업들의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하면서 약 10년 정도의 격차를 두고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 식품 시장은 이를 방증하는 요인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가격과 간편함에 더해 건강과 맛에 대한 요구가 동시에 높아지면서 HMR과 PB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발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제조력 높은 상위기업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지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식품시장이 보여주듯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는 국내 식품 시장 역시 가성비와 간편성을 만족시키면서 맛과 영양까지 충족시켜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소비자의 요구는 한층 다양해지고 있어 제품 다변화에 대한 요구도 크다.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제조 역량이며, 이는 침체기에서도 HMR을 비롯한 제조 투자가 이어지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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