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회귀하는 제조업
미국으로 회귀하는 제조업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6.06.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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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드림’은 이제 옛말 … 생산 측면 이점 상당부분 잃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2001년 이후, 아웃소싱이 제조업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이러한 추세에 가장 먼저 동참한 국가로, 미국 외 국가,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두는 기업이 폭증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옛말이 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정리 | MSD(모션시스템디자인) 편집부

비용이 낮고 건강관리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해외 노동력은 미국 관리자들로 하여금 군침을 흘리게 했고, 제조업을 넘어 IT 및 서비스 등의 분야 역시 아웃소싱 시류에 합류하게 만들었다. 미국 기업들은 특히 인도와 필리핀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고도로 숙련된 영어권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었다.

해외 생산, 늘 정답은 아니다
기업이 외부에서 엔지니어링 등의 기술력을 도입·활용하는 것은 언제나 주된 관심사였다. 이미 소프트웨어 기업을 비롯한 몇몇 분야에서는 아웃소싱 제도를 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프쇼어링(기업이 외부에 노동을 위탁하는 것. 편집자 주)을 시도한 지 10년이 지나자, 미국 회사의 비용 절감이란 신화가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다. 노동비 및 운송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이전까지 기업이 절약해오던 금액이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몇몇 전문가들이 경고한 ‘숨겨진 비용’은 해외 생산을 통한 이점을 잠식시킬 만큼 컸다. 전문가들이 대표적으로 꼽는 숨겨진 비용으로는 ▲생산과정 모니터링 및 품질관리에 드는 비용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불확실성 ▲공급망의 총 길이 및 거리 등이 있다.

비용 증가를 비롯한 해외 생산 시의 여러 단점을 뼈저리게 느낀 일부 제조업체들은 이미 미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러한 제조업과 IT 그리고 서비스 기업들의 회귀를 리쇼어링이라고 한다. 

리쇼어링 현상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애국심 혹은 자국민에 대한 동정 때문에 복귀하는 기업은 없다. 수익성을 우선시한 결과일 뿐이다.

그들은 왜 돌아갔을까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전 세계 제조품 수출량의 약 90%을 차지하는 25개국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룹은 전 세계의 공급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경제적 측면에 대해 파악하고자 했다. 그 결과 임금과 노동생산성, 에너지 비용 그리고 환율 등 네 가지 요인이 제조시설의 위치 결정에 영향을 미침을 파악했다. 이 네 가지 요인은 또한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 크게 향상된 요인이기도 하다.

1. 기업들은 리쇼어링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임금 증가를 꼽았다. 미국은 선진국 사이에서 제조비용이 낮은 국가로 손꼽히지만, 제조업에 한해서만큼은 그 비용이 중국이 훨씬 저렴했다. 

하지만 지난 2004년에서 2014년, 두 국가 사이의 비용 차이는 크게 줄어들었다. 2011년 중국에서 기업에게 최저임금을 13% 인상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임금 인상 추세라면 오는 2020년에는 중국에서의 임금에 대한 이점이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2. 통화가치의 변화 역시 미국 제조업체의 회귀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의 환율 변동을 통해 일부 국가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의 위안은 미국 달러에 비해 35%가량 가치가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인도 루피는 26%가량 감소했다.

위안 환율의 증가는 노동비용뿐 아니라 제조업과 관련된 여타 비용들, 예를 들어 토지비나 시설 관련비용 그리고 수출에 대한 세금 또한 높였다.

3. 노동생산성은 노동량과 생산량의 비율을 의미한다.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 생산품을 창출했는지를 판단하는 것. 전체 제조비용 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는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사실 중국의 노동생산성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노동생산성에 비해 약 40%가량 뒤처진 것으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분석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중국의 생산성이 노동자의 임금 생산을 만회할 만큼의 메리트가 없음을 의미한다.

4. 지난 10년 간 에너지 비용이 감소하고 있다. 철강 및 화학 등 에너지 의존적인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금전 절약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셰일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천연가스 비용이 25%에서 35%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북미 이외 세계에서의 에너지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있다. 2004년 이후 지역에 따라 낮게는 50%에서 높게는 200%가량 높아진 것.

미국의 경우, 저렴한 천연가스는 곧 저렴한 전기 생산과, 암모니아·수소·메탄올·여타 석유화학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의 제조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석유화학은 수천만 개에 달하는 산업용 및 소비자용 제품의 기본이다. 플라스틱·고무·페인트·비료·세재·섬유·염료·용제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토대이므로, 천연가스의 비용 절감이 총 생산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리쇼어링이란?
기업의 해외 진출을 뜻하는 오프쇼어링의 반대 개념이다. 생산비와 인건비 등을 이유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리쇼어링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등을 제시하며 대대적인 리쇼어링 캠페인을 벌인 것이 주효했다(리쇼어링을 통해 세계의 패권을 되찾는다는 ‘일자리 자석Eemployment Magnet’ 정책이 그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자국으로 복귀한 리쇼어링 기업에 각종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우호적 정책에 힘입어 일본에 기지를 둔 캐터필러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포드 그리고 중국에서 활발하게 생산 중이던 인텔 등이 미국 공장에 새로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에서는 기기만을 조립한다”며, “중요한 것은 제품 설계를 누가 하느냐 하는 것”을 강조해왔던 애플 역시 2013년 6월 ‘맥 프로’ 신형을 미국에서 생산하면서 뱃머리를 미국으로 돌렸다.

리쇼어링은 미국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13년부터 2014년 동안, 미국에서 리쇼어링을 통해 창출된 일자리는 2만 5천여 개에 달한다. 또한 일본도 각종 세제 혜택을 강조하며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각국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은 2008년 발생한 세계 금융 위기 이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기 침체와 실업난에 있다. 리쇼어링을 자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 여기에 글로벌 기업 역시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쌍방 전략으로 통한다.

전문가들은 수년에 걸쳐 중국의 인건비가 대폭 올라 자국과의 인건비 격차가 줄어들었고, 유가가 상승함으로 인해 생산비 절감의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리쇼어링 붐이 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해외진출 국내복귀기업(U턴기업) 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2년 3월 U턴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5월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U턴기업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리쇼링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3년 6월에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U턴 기업법)」을 제정함으로써 U턴 기업 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 자료: 트렌드 지식사전, 시사상식사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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