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전공이 취업을 방해한다?
‘공학’전공이 취업을 방해한다?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6.02.12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공 위주의 선택, 무엇이 문제인가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신해철의 노래 제목이자 핵심 가사이다. 사람들에게 ‘진정한 꿈’을 묻는 이 철학적이고 당돌한 질문을, 이제 공학도들에게 던져야 한다. 공학도들은 몇 가지 굵직한 전공 분야에 가려 그들이 원하는 직업에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현업 종사자들에게도 골칫거리다.
글 | MSD(모션시스템디자인) 편집부

어린 시절, A씨는 장난감 기술자가 되고 싶었다. 헬리콥터와 관련한 일을 하던 7년 내내 A씨는 새로운 작업을 원하고 있었다. A씨의 해결책은 업무 틈틈이 장난감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A씨는 어린아이처럼 장난감에 몰두했고, 이를 통해 장난감 개발과 공학에 대한 애정을 동시에 키울 수 있었다. A씨는 작업 중에도 기존 장난감을 개선하고 새로운 장난감을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A씨는 이직에 대한 전통적인 방식을 추구했다. 장난감 회사에 입사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우 인기 있는 장난감 업체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를 찾은 이후에도 A씨는 직장을 뛰쳐나오지 못했다.

A씨는 무엇이 본인을 전 회사에 묶어두었는지 알고 있다. A씨는 항공우주 분야의 기술자였다. A씨가 어느 분야에, 어느 회사에 입사하든, 인사담당자들이 보는 것이라곤 A씨가 항공우주 분야에서 근무한 경력뿐이다. 그들에게는 A씨의 석사 학위도, 유체 관련 학과는 물론 가공 및 제조 관련 학과에서 공부한 사실도 중요치 않다. 인사담당자들이 보는 정보라고는 헬리콥터 관련 근무햇수 뿐이다.

공학 대학에서는 전통을 자랑하는 과목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화학·토목·기계·환경·전기·컴퓨터 등이 그것이다. 이 뒤에 ‘-공학’을 붙여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학 학과 목록이 완성된다. 몇몇 학교는 항공·생물의학·재료과학·제조 등의 추가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외의 학과, 예를 들어 장난감 공학은 대학에서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A씨는 대학 학부 및 대학원 연구 과정에서 유체 분야에 집중했다. 선택할 수 있는 공학 분야 중 가장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가 제시하지 않은, 다른 선택사항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대학은 다양한 직업을 특정한 전공이라는 이름 하에 뭉뚱그리려는 경향이 있다. 석유 산업 분야에 종사할 경우, 화학공학을 전공해야 하는가, 환경공학을 전공해야 하는가?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환경 관련 업계나 배관 관련 업계에서 일하거나, 혹은 수도나 토목 관련 직업을 구할 수 있는가? 다리(橋) 관련 작업을 하는 기술자라면 토목공학을 전공해야 하는가, 기계공학을 전공해야 하는가? 결국 학생의 목표였던 자동차와는 별 관련 없는 전공을 들어야 하는 처지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젊은 기술자 지망생을 위해,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업계의 다양한 수석 엔지니어들은 ‘젊은 기술자들을 위한 실용적인 공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자들 중 상당수는 실제 엔지니어링 작업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정말 원하는 일을 찾아냈을 때, 교육과 현실의 괴리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닌, 미국·독일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신입생 공학도들이 ‘원하는 전공’이 아닌 ‘일하고 싶은 분야’를 결정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목표에 맞추어 교육과정을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실용적이고 실무적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보다 철저하게 자신의 직업 인생을 준비할 수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