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5.09.07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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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자동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하여

최근에 일어나는 일련의 기술적 진보는 노동자에게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요구한다. 급격한 변화에 노동자들이 새로운 트렌드, 즉 컴퓨터와 사물인터넷(IoT)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앞으로 인간이 직면하게 될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글 | John Rinaldi, Real Time Automation 대표


 

필자의 아버지는 두 개의 일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밀러 양조장에서 장비 유지보수 교대근무자로 일하는 것이었다. 당신의 생일이면 밀러 씨가 손수 맥주 한 상자를 쥐어주곤 했다. 

오후 3시가 되면 아버지는 다른 작업을 하러 나섰다. 시멘트 도급업체에서 시멘트를 받아다 도로나 차고 혹은 주차장 등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하루에 14시간에서 16시간 가량 일했다. 어머니는 주부였다. 이러한 가정 형태는 그 당시 미국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미국인들은 두 세대 혹은 세 세대 동안 이러한 환경에서 성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모습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훨씬 가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에는 노동의 본질이 진화하고 있다. 그 속도는 우리가 감정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곤경을 해쳐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우리가 어떤 작업을 할지, 어떻게 작업을 수행할지에 대한 다양성과 기회는, 인간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류는 약 1만 2천 년 동안 농업사회를 겪어왔다. 우리는 땅 위에서 땅을 일구며 일했다. 이 사실은 수천 년 동안 불변의 진리였다. 19세기 말에 와서야 우리 사회에 변화가 일어났다.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을 통해, 인간의 사회는 3세대 내지 4세대에 걸쳐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했다.

격변은 끝나지 않았다. 20세기 후반, 인류는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한 세대가 채 변화하기도 전에 뒤집어놓았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가정이든 작업장에서든 컴퓨터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현재는 컴퓨터 등의 기기가 없으면 작업이 불가능하다.

가까운 미래, 이러한 변화가 다시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날 변화는 우리의 일과 생활을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로봇과 자동화 그리고 사물인터넷이 주도하는 이 변화는 향후 10년 이내에 일어난다. 

컴퓨터, 인간을 대체한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가? 당신의 직업은 어떤가? 당신의 생각이 진실이라 생각하는가?
소프트뱅크가 출시한 페퍼 로봇은 인간의 감정을 감지하고 이에 적절하게 반응한다. 지금까지 그 누가 이런 상상을 했겠는가? 오늘날의 로봇은 단순히 수술을 돕는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수술을 집도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2015년 내에 운전자 없는(즉, 자동화된) 트럭이 본격적으로 도로를 주행하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이 트럭이 약 290만 명에 해당하는(그 중 대부분이 중산층 남성이다) 트럭 운전자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 추산한다.

여성 역시 컴퓨터의 공격에 무방비하다. 여성 일자리 중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비서 역시 자동화 및 기술적 발전의 맹공격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여행사나 공인중개사 등 많은 분야의 종사자들이 자취를 감추거나, 모습이 완전히 바뀌거나, 그 능력이 평가 절하될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윌리엄 보저트 교수는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분야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고,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현재 빠르고 급진적인 변화의 절벽에 서 있다. 이 변화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정치적·감정적 체계들이 통제 및 관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급작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대응은 부족하거나 잘못되어 있다. 정부는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 변화에 박차를 가하려고만 한다. 정부는 법령을 통해 작업 결과물을 x% 이상 늘리라고 말한다. x%만큼 생산성을 증가시킬 구체적 수단은 뒷전에 둔 채. 이는 변화의 불길 속에 휘발유를 던져 넣는 것과 매한가지다.


 

엔지니어가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산업자동화에 종사하고 있는 기술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면역이 되어있지 않다. 자동화라는 용어는 기본적으로 컨트롤러·센서·액추에이터 등에 쓰이는 용어다. 지금까지의 자동화는 래더 로직 프로그래밍·드라이브 구성·기어·푸셔·벨트 설정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의미는 급격하게 변화하여 현재는 데이터·시스템 통합·보안·네트워킹에 대한 것으로 ‘변했’다. 즉, 오늘날의 산업자동화 작업은 제어작업보다 IT작업에 가까운 형태가 되어있다. 만약 당신이 제어 분야의 기술자이며 IT 도구·기술·기법 등을 배우지 않았다면, 당신의 정면을 덮쳐오는 해일에 아무런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보자. 인더스트리 4.0은 장비 구성에 대한 노력을 없애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 장비가 다른 장비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상태를 설정 및 구성하고, 장비가 어떻게 협업할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다.

혹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운운하지 않았는가? 과거 컴퓨터가 체스를 둘 때도,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외국어를 번역할 때도 사람들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인더스트리 4.0의 프로토타입 장비들은 시스템을 구성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서로 협업할 수 있다. 장비의 구성이나 배치에 상관없이 말이다.

미래를 직시하자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미래는 결코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는 틀린 질문이다. 포춘 편집장인 제오프 콜빈이 그의 저서 ‘Humans are Underrated’에서 밝힌 내용이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를 질문해야 한다.

인간은 무엇을 잘할까?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는 우리가 마주하는 미래에도, 우리 자신에게도 중요한 질문이다.

인간은 그 어떤 것보다도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바란다. 개인적이고 친밀감을 요구하는 사항일수록 그렇다. 반대로 고립되고 독립적인 활동을 꺼린다. 독립적이고 고립되어 있는 활동은 현재 ATM 등의 기계가 대체하고 있다. 미루어보건대 ATM식의 활동을 하는 직업, 즉 인간적 상호작용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단순 거래나 매매 등의 직업군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의 다른 영역, 즉 인간적(개인적) 영역을 살펴보자. 이 영역에서 우리는 실재하는, 살아있는, 책임감이 있는 인간을 마주하고 싶어한다. 로봇 의사의 암 진단을 원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로봇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얼마나 동정심 어린 표정을 나타낼 수 있는지에 상관없이 말이다. 자녀의 수학 혹은 화학 문제를 로봇과 논의하고 싶은 사람 또한 많지 않다. 당신 역시 이웃이나 도시에 대한 미래계획을 로봇과 나누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통솔·사회적 협업·목표 설정·교육·가르침(지도)·격려·판매 등의 활동을 즐긴다. 이는 타고난 본성이다. 이런 활동 역시 자동화 기술이 대체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로봇이 수학을 가르칠 수 있다. 아이들의 감정을 감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사회가 이런 것을 원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간은 소프트 스킬에 높은 가치를 둔다. (소프트 스킬은 기업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협상·팀워크·통솔력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반대로 생산·마케팅·재무·회계·인사조직 등의 일련의 경영전문지식은 하드 스킬Hard Skill이라 한다. 자료 매일경제)

이러한 변화는 기술자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소프트 스킬은 기술자들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기술자들은 무언가를 분석하고 분해하고 구축하기를 즐긴다. 기술자들은 인간과 일하기보단 사물과 협업한다.

기술직은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작업의 상당수가 자동화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어떤 직업이 남든,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작업만큼의 높은 가치평가를 받지는 못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성차별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여성이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성은 확실히 사물보다는 사람과 작업하는 것을 즐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타인과 교류하며 협업을 위해 타인과 무리를 형성하는 것이 여성의 주된 생존법이었다. 이는 미래에 더욱 가치 있는 기술로 떠오른다.

필자는 아이들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 사회적 기술(소셜 스킬)은 날이 갈수록 가치를 더해가고 있지만, 다음 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사교적 능력이 낮다. 인간적 사교를 위해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전자 장비를 통한 상호작용만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 기술에 대한 준비가 덜 되어있는 셈이다.

하지만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동물이다. 우리는 변화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집중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에 적응하고, 자동화와 로봇 분야의 새로운 세대를 정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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