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과학 방송, 다 어디로 사라졌나
그 많던 과학 방송, 다 어디로 사라졌나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6.07.0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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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하는 과학 방송, 이제는 건져내야
 
과학 관련 TV 프로그램은 대부분 교육용으로 그 목적이 제한되어 있다. 그 때문인지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예능으로 편성하기엔 전문성이 발목을 잡고, 전문성을 내세우자니 시청률이 걱정이다. 우리나라에 웰 메이드 과학 관련 방송이 드문 이유이다. 하지만 대중을 향한 과학 방송은 언제나 필요하다. 특히 과학·기술 강국인 대한민국에선 말이다.
글 | 윤진근 기자(yoon@iomedia.co.kr)

과학 기술을 폭 넓게 전달하고 그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로 텔레비전 방송을 꼽을 수 있다. 교과서는 그 대상이 청소년 등으로 한정적이고, 박물관은 부러 찾지 않으면 체험이 불가능하며, 인터넷은 접근성은 높은 반면 사람들의 접근이 드물다. 반면 텔레비전은 접근성이나 노출 측면에서 유리한 매체다. 시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세계적 침체
아이들에게 과학 관련 지식을 노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시청각 매체다. 박물관에 데려가서 앉혀놓는 것보다 텔레비전 앞에 앉혀놓는 편이 쉽고 편하다. 

미국에서도 ‘미스터 위자드’나 ‘비크만의 세계’ ‘빌아저씨의 과학 이야기’ 등 과학 관련 방송으로 어린이들(과 일부 어른들)의 흥미를 끌었다. 각종 실험을 통한 과학 상식을 전달하는 데에 집중한 덕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 관련 상식들은 예능 방송의 일부로 쓰이거나, 일부 애니메이션 등에 숨어 있다. 과거 텔레비전 방송의 단골 메뉴이던 과학 상식 프로그램은 이제 온라인에서나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내 순수 실험 방송이던 ‘미스버스터(Mythbusters, 의역하면 ‘호기심 해결사’ 정도)’가 최근 종영하면서, 미국에서도 과학 방송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특히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이 흥미를 가질 법한 방송은 흔적을 감추고 있다.

한국의 과학 방송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과학 방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다.
원용진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전국 조사 결과, 일반인들은 과학관련 정보의 56.7%, 기술관련 정보의 71.2%를 텔레비전과 신문 등 대중매체로부터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대중매체들은 과학기술 관련 프로그램이나 기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거나 과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려는 의지도 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용진 교수에 따르면, 다른 매체에 비해 사회적 영향력이나 파급력에서 월등한 지상파 방송의 경우, 과학 관련 프로그램은 전체 편성시간의 3.7%(2000년 봄∼2001년 봄 편성 기준)에 지나지 않았다. EBS는 8.9%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았으나, 시청률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프로그램의 내용 면에서 동·식물을 소재로 한 자연 다큐멘터리에 편중되어 있었다.

과학 다큐멘터리의 경우 디스커버리 채널이나 BBC 등의 외국 방송을 번안하여 방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버라이어티 쇼 등 예능 형태의 경우 예능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에 접근성은 높지만 전문성은 낮다.

우리나라에서 방영한 과학 관련 방송들을 살펴보자.

1. YTN 사이언스는 뉴스와 다큐멘터리 그리고 예능 등 다양한 형태로 과학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방송 채널이다. 2016년 5월 현재 22개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물론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나 ‘오늘의 여행’ 등 과학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방송도 존재하지만, ▲전국 130여 개 과학관의 콘텐츠를 다루는 ‘인사이드 과학관’ ▲도시 환경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녹색의 꿈’ ▲다양한 ICT 기술을 소개하는 ‘미래를 여는 K-ICT’ ▲일상과 과학을 연결지은 ‘황금나침반’까지, 과학과 일상을 접목시킨 여러 방송을 시도하고 있다.

2. JEI재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지저분하고 엽기적인 사물을 소재로 과학 정보를 탐색하는 ‘꼬질꼬질 과학’으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TV 과학 놀이터’는 스포츠를 통해 배우는 과학원리 ‘달인의 스포츠 과학’과 동물원에서 배우는 동물생태 ‘웰컴 투 동물원’ 등으로 구성되었다.

3. 교육 전문 방송국인 EBS 역시 다양한 과학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과학 원리와 발명품을 찾는 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 원더플 사이언스’나 ▲세상을 바꾼 과학적 발견을 다룬 포토 컷아웃 애니메이션 ‘허풍선이 과학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가상의 세계 오키도에서 매 회 새로운 과학적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호기심나라 오키도’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하는 형태의 창의 체험 드라마 ‘과학 탐정단 시드’ 등, 나이의 고저를 막론하고 과학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송들을 대거 편성하고 있다.

4. KBS는 ▲인간의 수명 및 건강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로 유명하다.  ▲과학 콘서트(2004~)와 ▲과학 카페 등을 방영해왔다. ▲시사교양 형태의 ‘과학스페셜’(2013) 역시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를 겨냥한 과학 방송 ‘신나라 과학나라’와 ▲애니메이션 형태의 ‘꼬마과학자 시드’ 등도 편성했다. 이 외에도 ▲‘스펀지’ 시리즈나 ▲국내 최초 안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위기탈출 넘버원’ 등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과학 상식을 직·간접적으로 알렸다.

5. SBS는 ▲UCC와 사진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과학 상식을 푸는 프로그램인 ‘UCC 과학탐험대’(2007.09~2008.11)와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자연 속의 과학적 원리와 이야기들을 제공하는 ‘동화 속 과학탐험’(2002) 등을 편성했다.

6. MBC는 ▲‘헬로키즈-아하! 과학탐험대’(2014)를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한 과학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과학 방송, 금의환향이 필요하다
김성원 씨가 1991년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텔레비전 과학 프로그램은 항상 새로운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방송국과 시청자의 기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기술의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지금, 텔레비전 과학 프로그램은 전문가와 대중의 가교 역할을 한다. 나아가 과학 관련 정책 수립을 위한 국민들의 기초 상식 수립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애드가 데일이 제시하는 텔레비전의 교육적 특성을 보면 과학 프로그램의 등장을 더욱 갈망하게 된다. 텔레비전은 시청각적 자료를 전달할 수 있어 과학적 원리나 개념들을 쉽게 이해하게 하며, 영상과 음향을 통해 호기심과 탐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현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 보다 쉬운 이해를 돕는다(책 등의 활자매체보다 교육적 특성이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영상 촬영 및 편집 기술 등을 통해 실제로는 관찰이 어렵거나 이해하기 힘든 과정을 용이하게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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