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베어링의 전성시대
플라스틱 베어링의 전성시대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6.03.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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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서 ‘보편’으로 … 활용사례 넓혀갈 것
 
베어링은 문 손잡이부터 서랍장, 공작기계, 선박에 이르기까지, 일상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부품이다. 베어링은 지금까지 금속 등의 재질로 만들어지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마음 속 사전의 내용을 바꿀 때가 되었다. 플라스틱 베어링이 보다 친숙한 얼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글 | 윤진근 기자(yoon@iomedia.co.kr)·도움 | 한국이구스(www.igus.kr)

베어링이란 회전 및 직선 운동을 하는 축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베어링은 마찰, 그러니까 크게 미끄럼이나 비빔 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마모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마찰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사용된다. 직선운동·회전운동·비틀림 등의 마찰이 발생하는 움직임에 적용해 마찰을 보상한다.

베어링의 등장
1794년에 P. Vaughan이 최초로 레이디얼 볼 베어링을 발명했다. 이후 100여 년이 지난 1090년, 미국에서 리테이너붙이 스러스트 롤러 베어링이 태어났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 현재와 같은 구조의 베어링이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이후 지금까지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베어링의 활용분야
베어링은 마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운동이 있는 분야라면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다. ‘움직임이 있는’ 분야라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자동차 부품 산업이나 식품 포장, 공작기기, 의료기기 등 산업용도만 하더라도 그 분야는 상당히 많다. 이외에도 생활·가전·완구·인테리어 등 일상 곳곳에서 베어링은 활약하고 있다. 심지어 문이 열리고 닫히는 부분이나 서랍장에도 LM가이드 형태의 베어링을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의자의 각도를 조절하거나 액셀러레이터 혹은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물론, 힌지, 스로틀, 쇼크 업소버 등 부품 하나하나에 베어링이 숨어있다.

베어링의 종류
베어링은 크게 면 접촉 베어링과 점 접촉 베어링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를 미끄럼 베어링으로, 후자를 구름 베어링으로 명명해도 무방하다.

 
1. 면 접촉 베어링(미끄럼 베어링, Sliding Bearing)이란, 베어링 면과 샤프트가 서로 면접촉하고 있는 베어링을 말한다. 축에 가해지는 하중의 방향에 따라 레이디얼 베어링과 스러스트 베어링으로 나뉜다. 베어링 바깥쪽은 주철(Cast Iron) 또는 주강(Cast Steel)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부품 개수에 따라 하나의 덩어리로 제작되는 베어링과, 상하 2개로 분리되어 볼트로 체결되는 제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보편적인 베어링은 금속 베어링으로 만들어졌다. 베어링 축에 접하는 부분은 보통 포금(Gun Metal) 또는 배빗 메탈(Babbit Metal) 등으로 제작되며, 가운데 기름이 들어있다. 

철로 만들어진 베어링은 금속 간의 마찰로 인해 마모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항상 기름을 칠해서 마찰을 감소시켜 눌어붙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주유할 때는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2. 점 접촉 베어링(구름 베어링, Rolling Bearing)은 외륜과 내륜 사이에 볼을 넣어서 구름 접촉을 만들며, 이를 통해 마찰을 줄이는 베어링이다. 구름 베어링은 전동체(轉動體)의 모양, 궤도륜(軌道輪), 하중의 방향 등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구름 베어링은 그 모양에 따라 볼이 들어있는 것, 롤러가 들어있는 것 등이 있다. 볼이 들어있는 것을 볼 베어링, 롤러가 들어있는 것을 롤러 베어링이라 한다. 볼 베어링은 고속 경하중부에, 롤러 베어링은 고속 중하중부에 사용에 적합하다. 둘 모두 마찰이 매우 적어 사용이 용이하고 수명이 길지만 가격이 높다.

플라스틱 베어링의 등장
‘베어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형상을 설명해보자. 아마 금속의 볼 베어링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베어링 세계에서는 새로운 인식이 더해지고 있다. ‘플라스틱 베어링’이 그것이다.

플라스틱 베어링은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베어링을 말한다. 

플라스틱 베어링은 금속 베어링에 비교했을 때 후발주자에 속한다. 하지만 후발주자라고 해서 기술력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빠른 시간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이구스의 설명에 따르면, 플라스틱 베어링은 특정 종류의 제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리니어(직선운동) 베어링과 회전운동 베어링을 아우르는 다양한 갈래로 진출해 있다. 그 형상이나 활용 측면에서는 이미 금속 베어링과 흡사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응용사례에서 플라스틱 베어링의 도입이 활발하게 늘고 있는 비결이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베어링만의 장점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금속 베어링과 비교했을 때 플라스틱 베어링의 장점을 몇 가지 정도만 꼽아보자.

 
1. 플라스틱 베어링은 금속 베어링에 비해 무게가 가볍다.
여기서 ‘가볍다’는 것은 단순히 무게의 경감에 그치지 않는다. 보다 적은 힘으로도 작동할 수 있고, 더 작은 모터 혹은 더 적은 양의 에너지로도 장치를 작동할 수 있다. 관성 자체가 적어 급격한 작동이나 정지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무게나 속도를 중요시하는 응용사례에서 필요한 기능이다.

2. 플라스틱 베어링은 급유가 불필요하다.
금속 볼 베어링은 주기적으로 기름 혹은 그리스를 주유해야 한다. 금속 베어링은 쇠와 쇠가 마찰하면서 작동하므로 윤활제를 주기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금속 베어링은 기본적으로 윤활 기능이 내장되어있지 않아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금속 베어링의 유지보수가 부적절하면 장비 손상으로 이어지는 이유이다.

반면 플라스틱 베어링 자체적으로 고체 윤활제를 주유한 상태로 출고된다. 출시하는 순간부터 고체 윤활제를 내장하고 있는 셈. 이런 플라스틱 베어링의 표면을 손으로 만져보면 굉장히 미끄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플라스틱 재질 자체에 윤활유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도의 급유가 필요없다.

3. 플라스틱 베어링은 부식이나 약품에 강하다.
금속제품은 산이나 염기 제품뿐 아니라, 염분과 설탕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이들 요소로 인해 금속이 부식되거나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플라스틱은 금속과 달리 녹이 슬지 않는다. 즉, 부식에 보다 강하다.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수중 환경, 비나 눈 등의 환경적 요소에 노출되어있는 외부, 지하실 등 습도가 많은 환경에서 플라스틱 베어링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염분이나 각종 약품 등, 부식이 우려되는 분야에서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다.

4. 플라스틱 베어링은 친환경적이다.
현재 미국 및 유럽 등지에서는 환경과 관련한 문제로 떠들썩하다. 환경과 관련한 주제가 민감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환경오염을 줄인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다.

윤활 분야에서도 친환경성이라는 흐름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실제로 그리스 등의 윤활제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부쩍 늘고 있다. 윤활유 역시 환경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이므로, 윤활유 사용율을 최대한 낮춤으로써 환경을 보호하려는 것.

플라스틱 베어링은 이런 환경적 측면에서도 도움을 준다. 플라스틱 베어링은 금속 베어링과 달리 정기적인 윤활 작업이 불필요하다. 따라서 환경 관련 규제를 준수하고 보다 친환경적인 제조환경을 만드는 데에 앞장선다.

앞서 설명한 장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베어링은 금속 베어링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베어링이 모든 금속 베어링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구스의 정성근 iglidur 과장과 김성우 DryLin 부장은 “플라스틱 베어링과 금속 베어링은 서로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며, 각자의 영역에서 보완하고 상호작용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트렌드를 넘어
플라스틱 베어링이 도입된 것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일례로 플라스틱 베어링 제조업체인 이구스가 플라스틱 베어링의 영업망을 구축한 것이 1983년. 최소한 그 이전부터 쓰여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산업현장에서는 이제 플라스틱 베어링을 새로운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1983년에서 2016년,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시간이 흘렀고, 그간 플라스틱 베어링에 대한 인지도는 크게 높아졌다. 일종의 ‘혁명’으로 받아들이던 시기를 지나, ‘플라스틱도 베어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것.

한국이구스의 설명에 따르면, 플라스틱 베어링의 사용량 역시 크게 향상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판매량이 겅중 뛰었다. 

베어링에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역시 그 종류가 크게 늘었다. 한국이구스에 따르면, 크게 분류할 수 있는 플라스틱의 종류만 해도 50가지가 넘는다. 각 종류에 따라 적절한 사용법 혹은 응용사례가 달라진다. 같은 문이라고 해도 철문과 유리문에 따라 달라지며, 미닫이와 여닫이, 사용 빈도, 자동문 여부 등에 따라 적절한 제품군이 달라지는 것.

이 다음 단계는 보다 보편화 및 확장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베어링은 특수 베어링이라고 하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플라스틱 베어링은 ‘새로운’ 베어링이 아니다. 이미 보편적인 제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한국 내에서도 ‘일반적인’, ‘보편적인’ 제품으로 거듭나리라는 것이 한국이구스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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