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한국이 ‘왕’, 하지만
아이디어는 한국이 ‘왕’, 하지만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6.03.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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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웨덴 앞섰지만, 과제는 산더미
 
아이디어의 세계에서 한국이 왕좌를 차지했다. 독일과 스웨덴, 일본 그리고 스위스를 앞섰다. 이들 5개국은 2016 블룸버그 혁신지수(Bloomberg Innovation Index)에서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가 편성하는 연구개발 비용과 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의 집중 분포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한국이 마주한 과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리 | 윤진근 기자(yoon@iomedia.co.kr)

한국은 제조업의 부가가치 및 교육 효율성(Tertiary Efficiency, 고등교육 이수자 및 과학·공학대학 졸업자의 비중) 측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R&D 집중도와 첨단 산업의 집중도 그리고 특허 관련 측면에서는 2위에 달했으며, 연구원 집중도 측면에서도 6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생산성 측면에서는 39위를 차지해 앞서 설명한 지표보다 뒤처졌다.

순위에 함정이 숨어있다
한국은 교육 효율성 측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고등교육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생산성 측면은 39위. 이는 노동자들의 생산성, 혹은 노동자의 수 자체가 낮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대학 졸업자는 많은데 노동 환경은 굉장히 열악하다. 한국 사회의 기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가가치 1위라는 호칭 역시 실상은 불명예다. 투입된 비용에 비해 산출 효과가 높으면 부가가치가 높다고 말한다. 투입된 비용은 재료비나 노동자 임금 등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이를 해석하면 한국은 적게 쓰고 많이 얻어가는 국가임을 의미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서 가장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것은 거대기업이다. 중소기업과 노동자가 아니다. 

생산성 39위라는 지표에서 역시 노동과 소득의 불균형이 여실히 드러난다. 익히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긴 연간 노동 시간(2015년 기준 한국 2285시간. 독일 1371시간, OECD 평균 1770시간, 자료 OECD·한국노동사회연구소)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생산성은 몹시 낮다. 뼈 빠지게 일해도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한국 정부가 짊어져야 할 과제다.

신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로 인한 이익을 전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분배(Fair Share)하는 기업에게 최고의 국가라는 호칭이 내려진다. 이와 관련해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한국은 이러한 혁신적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여 본전을 뽑을지가 관건”이라고 꼬집었다.
놀랜드 연구원이 말하는 위험요소를 살펴보자.

위험 감수 불가능한 한국
놀랜드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 사업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은 안전한 길만을 택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당신이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과학자 혹은 엔지니어고 몇 가지 훌륭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이를 묻어두지 않고 과감한 투자로 자신만의 회사를 세우는 모험을 강행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 안에서도 자신만의 회사를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적 문제 잇달아
놀랜드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제도적인 요소들 역시 안고 있다. 창업자에게 불리한 한국 제도 탓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판삼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측면에도 제한이 있다. 한국은 재임 기간 및 연공서열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며, 연금(생활 보조금)의 원활한 유입 및 활용이 어렵다. 재직자가 기업 간 및 다른 분야로의 이동을 꺼리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임금 및 연금이 재직자에게 중요한 요소이며, 임금과 연금의 경직이 혁신적인 분야로의 이동이 적은 이유라는 것이 놀랜드 연구원의 설명이다.

아시아의 경쟁구도
한국의 혁신기술 개발 순위가 눈에 띄게 높은 또 다른 이유는 아시아 국가 간의 경제적 경쟁구도에 있다. 혁신기술 개발 1위를 기록한 한국은 이웃국가인 일본(4위)와 중국(21위)를 앞서 있다. 

놀랜드 연구원은 “대한민국은 저임금 측면에서는 중국과, 기술개발 측면에서는 일본과 대치하고 있다”며, “한국은 기술 성능 유지에 불안감 혹은 위기감을 느낀다. 이러한 이유로 혁신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1월, 중국시장의 거래정지(서킷 브레이커) 현상 등의 ‘요동’이 한국을 흔들고 있다. 한국 금융통화위원회가 자국 경제성장전망을 하향 조정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015년 10월 국내 총생산(GDP)이 3.2%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2016년 들어 3% 속도로 조정한 바 있다. 2015년 성장 예상치는 2.7%에서 0.1% 낮아진 2.6%를 기록했다.

문제는 산재해 있다
국가 제도와 주변국과의 문제 외에도 대한민국을 움켜쥐고 있는 문제들은 많다. 부진한 경제성장, 불평등한 임금 인상, 정규직의 부족 등이 그것이다. 많은 정책 결정자 및 소비자들대한민국을 두고 ‘불안하다’고 평하는 이유이다.

 
새로운 수단 강구해야
이 목록에 소개한 상위 50개국은 경제적인 성장을 위한 장치를 새로이 마련해야 한다. 장기간 성장을 보장할 새로운 수단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웰스파고증권의 국제 경제학자인 제이 브라이슨은 “국가가 진정한 혁신 경제(Innovative Economy)를 구현할 수 있다면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된다”며, “보다 높은 생산성 증가는 생활수준의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결국 혁신 경제는 파이를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혁신지수 조사에서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이번 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대국인 중국은 21위에 그쳤다. 이는 이번 조사가 기술의 활용보다는 개발 자체에만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브라이슨은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첨단 기술이 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남한이 북한보다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튀니지아(46위)와 모로코(48위) 그리고 아르헨티나(49위)가 겨우 상위 50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개국 중 6곳이 유럽 국가이며, 3곳이 아시아 국가였다.

조사팀은 200개 이상의 국가에 대한 경제지수를 조사했으며, 이 중 7개 중 6개 이상의 항목을 보고하지 않은 기업을 제외해 84개로 추렸다. 블룸버그는 상위 50개국의 전체 경제지수 및 항목별 지수를 공개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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