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공개하는 발명가들
비밀을 공개하는 발명가들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5.04.10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 공개해 공익을 실현한다
최근 실시한 미국 특허권 180만 개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허 발명가들이 비밀 유지 조항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특허청이 특허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다. 발명가들이 자신이 발명한 것에 대해 함구하려 하고, 아이디어가 도난 및 도용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상식을 깬 것.
자료 | 조지아 공과대학(www.gatech.edu)

 
경제학자 스튜어트 그레이엄 연구팀이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스튜어트 그레이엄은 조지아 공과대학의 비즈니스컬리지 교수이자 미국 특허청이 임명한 최초의 수석 경제학자(2010~2013)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오늘날 새롭고 유용한 공정·장비·제조품·여타 구성요소 등에 대한 공익(유틸리티) 특허에 대해 조사 및 연구했다. 공익 특허는 지난 2013년 미국 전역에서 출원한 57만 개 이상의 특허 중에서 가장 많은 유형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지난 2000년 미국 발명가보호법(American Invertors Protection Act, AIPA)이 제정된 것에 따른 효과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 법은 특허 출원 신청을 한 뒤 18개월 안에 정식으로 특허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을 시행하기 이전에는 특허를 출원하기 앞서 특허청의 승인을 받은 뒤에야 제품을 공개할 수 있었다. 평균 36개월 정도 걸리는 과정이었다.

미국 의회에서 AIPA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발명가들은 새로운 우려를 제기했다. 특허에 대한 비밀을 유지할 수 없다면 상대적 약자인 발명가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며, 이로 인해 발명에 대한 진정한 열의와 의미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발명가들이 외부 특허 보호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그들이 스스로 비밀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허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이럴 때 절반만 승인한 특허로 인정한다.

연구팀은 발명가가 비밀 유지를 요청한 특허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비밀 유지를 요청한 특허와 그렇지 않은 특허에 유의미한 차이점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팀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출원한 특허를 조사해 발명가의 정보 공개 여부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특허를 출원한 발명가들 중 약 85%가 대외적인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으며, 특허 승인을 받기 전부터 특허 정보를 공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레이엄은 “작고 영세한 미국 발명가들은 비밀을 유지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며, “미국에서 출원한 특허 중 약 15%만이 비밀을 간직하고자 했다. 이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특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다른 발명가들 및 개발자들이 보다 유리한 지점에서 출발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유사 연구에 대한 지출을 피할 수 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왜 많은 발명가들이 특허를 부여받을 때까지 특허에 대한 기밀을 유지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추론 가능한 이유로는 정보를 밝힘으로써 비슷한 연구를 하는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 해당 연구로는 혁신을 일굴 수 없음을 알리고자 하는 것과, 기술이 시장에 도입되면서 누군가가 제조공정 혹은 설계 등의 작업에 활용할 것을 대비해 잠재적인 특허권을 주장하는 것이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