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운다, 베이 브릿지
실패에서 배운다, 베이 브릿지
  • 윤진근 기자
  • 승인 2018.10.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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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관리자와 시공업체의 중요성

기술자와 관리자 그리고 업체라는 삼박자는 굉장히 중요하다. 셋 중 한 가지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비용 상승은 물론이고 완성품의 수명과 관리 측면에서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미국의 베이 브릿지의 경우를 거울삼아 이들 요소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본다.

1989년 Loma Preita 지진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베이 브릿지가 무너져 내렸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교통국은 즉각 경간(다리 등의 기둥과 기둥 사이)을 고치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2003년이 되어서야 수리를 마칠 수 있으며, 1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 다리는 2013년 말이 되어서야 수리를 마쳤으며, 현재까지 64억 달러나 되는 비용이 들었다. 청구비용과 이자를 모두 합치면 약 12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든 셈이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수리 기간은 지나치게 길어지고, 비용은 터무니없이 비싸졌다. 이에 대한 경고나 신호는 없었을까?

1. 프로젝트 매니저로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새 매니저는 엔지니어링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으며, 이전 직업은 캘리포니아의 자문 부대표(Assistant Chief Counsel)였다. 그가 다리 건설을 감독하는 동안 용접과 실험 그리고 교량 건설 분야 등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해고되거나 교체되었다. 해고된 이들은 주로 안전과 품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던 이들이었다.
 
캘리포니아 상원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다리 보수 작업에 큰 비용 초과의 징조가 보였다는 진술이 있었다. 또한 최소 두 명 이상의 프로젝트 관리자가 “종이로든 이메일로든 작업자들의 경고를 기록하지 말고, 구두로만 의사소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에 따르면, 교통국 내에서 내부고발자를 해고하는 것은 이미 관리운용규정(Standard Operating Procedure) 중 하나라며, ‘문제가 아닌, 문제가 된 사람을 쫓아내라’가 모토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 다리 건설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중국 크레인 건설 회사를 고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었을까? 이 업체는 경쟁업체보다 2억 5천만 달러나 낮은 가격으로 입찰했다. 이는 어떤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을까?
 
감독관들은 회사가 중국에서 생산을 시작하자마자 매우 습하고 비가 내리는 환경에서 부품을 용접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용접 전문가의 조언을 빌리자면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동안 빗속에서 용접을 계속했다. 젖은(습식) 용접은 수소 오염이 일어나기 쉽다. 수소 오염은 용접 균열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또한 완성된 각 경간 및 요소들을 습기 가득한 빗속에 방치해두었다. 이는 접근이 불가능한 부분의 부식을 야기한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하지만 주 계약업체는 부품의 녹 및 부식에 대한 우려에 대해 “사소한 문제이며, 측정이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교통국 측은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바닷물과 가까이 있는 안개 낀 환경에서 150년(희망수명) 동안 자동차와 사람을 지탱할 다리에 대해 말이다.
 
또한 주 계약업체 등에서는 적절한 기술을 가진 중국 용접공을 양성하기 위해 50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한 바 있다. 하지만 작업자가 교육을 무시하거나 허투루 받을 경우 아무런 효과도 얻을 수 없다. 결국 업체는 유명무실한 교육체계를 선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리가 최소한 150년의 설계 수명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만큼이나 엄청난 운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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